[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가 6월 들어서야 도시정비사업에서 뒤늦은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SK그룹이 그룹 전반에 걸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싣는 만큼 도시정비에서 SK에코플랜트의 신중한 행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 늦깎이 도시정비 마수걸이, '반도체 인프라 집중' 위해 신중한 수주 지속

▲ 서울 면목7구역 재개발 조감도.


16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면목7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면목7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은 서울특별시 중랑구 면목동 69-14번지 일원에 지하3층~지상35층, 11개동, 총 1502세대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수주에 성공했으며 전체 도급액 규모는 5958억 원이다. 

SK에코플랜트으로서는 이번 면목7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이 올해 첫 도시정비 수주 성과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수주에 성공하기까지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올해 수주 성과가 없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한 곳이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에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9공구 공사현장 붕괴사고, 3월에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 화양도시개발구역의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추락하는 사고 등을 겪으며 신규 수주 활동을 중단했다.

사실상 주요 건설사 가운데 SK에코플랜트가 올해 마지막으로 마수걸이 수주를 달성하게 된 셈이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에는 1월에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도시정비 시장에 임하는 적극성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올해 들어 국내 도시정비 시장은 수주 규모가 커지면서 1위인 삼성물산은 상반기에만 5조 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낸 것으로 포함해 주요 건설사 사이에 경쟁이 뜨거워졌다. 

이런 점에서 SK에코플랜트의 태도 변화는 더욱 눈길을 끈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 수주 총액은 21조3438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인 27조8702억 원에 근접할 정도다.

SK에코플랜트가 첫 도시정비 수주를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통해 따냈다는 점도 도시정비 시장에서 신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컨소시엄을 통한 수주는 사업 추진으로 가져갈 이익을 나누는 대신 경쟁 회피, 자금 조달, 영업활동 분담, 위험 분산 등 측면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불황의 영향으로 유동성에 여력이 줄면서 대형 사업지 기준으로 수백억 원 수준의 입찰보증금부터 건설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40%에 이를 정도로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 늦깎이 도시정비 마수걸이, '반도체 인프라 집중' 위해 신중한 수주 지속

▲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SK에코플랜트는 상장 추진을 본격화한 이후 도시정비 수주에서 대체로 컨소시엄 형태를 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7건의 도시정비 수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건이 컨소시엄 수주일 정도였다.

SK그룹의 경영 기조를 고려하면 SK에코플랜트는 앞으로도 도시정비 시장에서 현재와 비슷한 수주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SK그룹은 그룹 전반에 걸쳐 리벨런싱과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을 통해 확보할 유동성은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도시정비 시장에서 최대한 위험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또한 SK그룹은 앞으로 그룹의 성장 방향을 반도체 벨류체인, 데이터 센터 등 AI 인프라로 잡고 있는 만큼 SK에코플랜트도 주택보다는 반도체 관련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SK에코플랜트는 근래 들어 리뉴어스, 리뉴원 등 환경 자회사를 매각하고 SK에어플러스를 비롯한 반도체 소재 관련 자회사를 편입하는 등 반도체 벨류체인에서의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도시정비 사업에서는 선별수주를 기조로 수익성이 양호한 사업지를 위주로 수주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며 “추가로 수주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 입찰에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사업 추진이 구체화 된 도시정비 사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