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이 미국 군사력에 우려 키운다, 희토류 수출 통제와 IRA 폐지 영향

▲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무역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시도가 미국 군사력 약화에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드론을 비롯한 첨단 군사무기 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의 중국을 겨냥한 무역 정책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시도가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지속되고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도 위축된다면 무인기(드론)를 비롯한 첨단 군사무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6일 논평을 내고 “미국 정부는 중국과 에너지 전환 관련된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미국에 반도체와 전기차 및 배터리, 군사무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다수의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무역 합의에 따라 희토류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수출 기업들에 중국 정부의 승인을 의무화하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이처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일이 오래 전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2019년 중국 화웨이를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블랙리스트’에 포함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희토류 생산공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미국에 첨단 반도체가 있다면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협상카드이자 무기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정부를 시작하며 중국을 겨냥한 관세 인상과 반도체 및 기술 수출 규제를 주요 정책으로 앞세웠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곧바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작했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과 제조사들에 생산 차질 등 타격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낮잠을 자다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의 이러한 공격을 충분히 예상하고 선제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의미다.

2020년부터 미국 국방부가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들인 비용은 4억3900만 달러(약 5987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를 보여주는 근거로 지목됐다.

중국이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를 뛰어넘으려 자국 산업 지원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데 비교하면 이는 분명히 충분하지 않은 대응이었다는 뜻이다.
 
트럼프 정책이 미국 군사력에 우려 키운다, 희토류 수출 통제와 IRA 폐지 영향

▲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희토류 채굴장.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공약으로 앞세우며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더불어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및 배터리 제조설비 지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배터리 산업이 미국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이 중국 배터리 공급망에 의존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더불어 미국의 국방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희토류와 배터리 모두 드론을 비롯한 첨단 군사무기 공급망에 핵심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희토류 기반의 모터 기술과 배터리 혁명은 드론을 비롯한 기기가 효과적으로 동작하고 저렴하게 생산되는 데 기여했다”며 “미군이 향후 전장에서 수많은 드론에 포위되는 결과를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통제가 미국의 군사력 약화를 이끌 가능성과 비슷한 전례로는 냉전 시대에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 소련보다 큰 우위를 보였다는 점이 제시됐다.

미국은 당시 훨씬 우수한 성능의 반도체 기술을 갖추고 있어 미사일과 같은 무기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고 결국 소련보다 살상 능력이 높은 무기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서 희토류가 냉전 시대의 반도체와 비슷한 역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가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가져다주는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중국 공급망에 의존을 낮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블룸버그의 지적과 같이 뼈아픈 실책으로 남을 수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화한 것은 온전히 미국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로 미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일은 트럼프 정부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오히려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앞으로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