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거꾸로 간다, 세계 시민사회 '강력해야' 목소리 키워

▲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구성원들이 상처 입은 지구 모양을 한 풍선을 들고 프랑스 니스에서 환경 보호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을 앞두고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포함하는 강력한 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던 일부 국가들까지 입장을 바꾸고 있어 협상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최근 국제회의 결과와 성명 등을 종합하면 국제사회에서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난 2022년 유엔 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조약이 필요하다고 합의하면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원래 지난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마지막 협상 자리가 될 것으로 계획됐으나 각국이 플라스틱 생산규제 포함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속개회의인 INC-5.2는 올해 8월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8월14일까지 개최된다.

앞서 9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에서는 제3차 유엔해양총회(UNOC)가 열려 핵심 의제로 해양 보호구역 확대와 플라스틱 오염 대응 등이 논의됐다.

이에 유엔 회원국 95개국은 11일 프랑스 니스 현장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요구하기 위한 장관급 공동성명문 '야심찬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니스의 경고'를 발표했다.

이번 선언문에 참여한 국가들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주기에 걸쳐 플라스틱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드시 협약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서명한 니스 선언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며 "이번 선언은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 제품 및화학물질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구체적 규정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선언문이 발표된 당일 그린피스를 포함한 국제 시민단체 238곳은 니스 선언을 지지한다는 공동 입장문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90개가 넘는 나라들이 플라스틱 문제에 리더십을 보인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공동 선언은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직접적 피해를 보는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거꾸로 간다, 세계 시민사회 '강력해야' 목소리 키워

▲ 그린피스 회원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코카콜라 지사 앞에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제사회의 이러한 목소리에도 정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각국 정부들은 강력한 협약을 향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하고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부산 회의 당시 플라스틱 생산량 규제를 포함하는 것에 찬성했지만 올해 트럼프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환경 관련 국제 협력에 매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번 프랑스 니스 유엔해양총회에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연합(HAC)' 국가 가운데 이번 니스 선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국가도 여럿 나왔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지난해 12월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협약 체결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이번 선언에 동참하지 않았다.

같은 우호국연합 국가인 한국도 이번 선언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유엔해양총회에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의 협상과정에서 직접 협상회의 개최국이자 강력한 협약을 요구하는 우호국연합 초기 가입국이나 지금껏 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