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3인 각자대표이사체제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가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스마트폰사업이 고전하는 등 LG전자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추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1인 CEO체제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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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 LG전자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 |
LG전자는 빠른 의사결정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할 때도 똑같은 이유를 들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성과보상과 문책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기존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 사장과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 조성진 사장의 3인 각자대표체제를 조성진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함께 조 부회장의 1인 CEO체제로 바꾼다고 1일 발표했다.
3인 각자대표체제는 유지하지만 조 부회장이 LG전자를 총괄하도록 해 과거 구본준 부회장 시절처럼 강력한 1인 리더십 체제로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고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 발휘가 가능한 1인 CEO체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처음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할 때도 똑같이 ‘빠른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LG전자는 2014년 말 인사에서 정도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당시 구본준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스마트폰사업에 대거 마케팅비를 쏟아부었으나 부진을 탈출하지 못하자 재무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이 5년 만에 대표이사를 내려놓고 지주사 LG로 이동하자 정도현 사장, 조성진 사장, 조준호 사장의 3인 각자대표체제로 바꾸었다.
당시 LG전자는 “각자대표체제는 대표이사의 자율권이 보장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LG전자가 3인 각자대표체제는 유지하되 조 부회장 1인 CEO체제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바꾼 데에 그동안의 실적에 보상과 문책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으로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졌다.
올해 LG전자 연결기준 실적에서 생활가전을 담담하는 H&A사업본부는 전체매출의 31%, 영업이익의 9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본부는 올해 영업손실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실적부진으로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조직도 축소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3인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 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 무선사업을 맡은 IM부문이 모두 규모를 갖춘 데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비교적 균등하다.
LG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조 부회장 1인 CEO체제로 전환해 가전사업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 부회장이 그동안 가전사업에서 보여준 성과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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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사장(왼쪽)와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 |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 체제에서 가전사업의 성공경험을 모바일 등 다른 사업부문에 적용해 확대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조직개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MC사업본부는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스마트폰 영업조직을 가전사업과 통합했다. TV와 생활가전 등을 통합한 프리미엄 가전브랜드 ‘LG시그니처’도 조 부회장 직속조직인 LG시그니처위원회가 주도하게 된다.
전장부품 등 기업간거래(B2B)사업에서도 전사 차원의 전략수립과 실행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에서 경영전략부문을 신설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이미 가전제품의 장인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있다”며 “스마트가전 등 미래사업에 대한 준비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LG전자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