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등 리테일(개인금융) 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대표는 IB(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되는데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리테일을 강화해 IB와 리테일 양날개로 안정적 사업 균형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리테일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리테일 강화를 위한 MTS 업그레이드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주식투자 채널 ‘월스트리트벳츠’의 게시글을 제공하는 기능을 MTS에 추가했다.
이 채널은 미국 최대 주식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로 1600만 명 이상의 투자자가 활동하고 있다. 2021년 게임스탑 주가폭등 사태를 촉발했을 만큼 증시에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MTS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해당 채널의 인기글을 자동으로 번역해 제공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여론동향을 파악하는 데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에는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AI의 이미지 인식 기능을 활용한 차트분석 서비스 ‘차분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객이 현재 보고 있는 차트를 AI가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렵거나 놓칠 수 있는 차트상의 포인트를 분석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윤 대표는 차분이 서비스를 출시하며 "차트는 투자에서 굉장한 중요한 정보로 전문가들도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영역이다”며 “차분이는 차트를 쉽게 풀어 제공해 고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3일엔 ‘나무팜’ 서비스도 내놨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농장 키우기 게임 형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주식투자에 처음 입문한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쉬운 기능을 도입했다. 마치 자신의 농장을 가꾸듯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연금목표 모니터링’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연금사업에도 계속 힘을 주고 있으며 19일엔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 내의 주식투자 서비스에 NH투자증권이 입점하기도 했다.
윤 대표가 이처럼 리테일에 힘을 주는 이유는 NH투자증권이 자랑하는 시너지 효과를 리테일에도 접목시키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본래 윤 대표는 정영채 전임 사장과 함께 NH투자증권의 IB 부문을 키워낸 정통 IB맨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NH투자증권의 IB 정예부대인 기업금융전담역(RM) 문화를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패키지딜(통합거래)’로 평가된다. 상장과 증자,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 등 다양한 IB 사업 가운데 한 가지 거래관계를 맺으면 그에 그치지 않고 추후 해당 기업의 IB 업무를 전담하는 방식이다.
NH투자증권은 IB 업무 간의 시너지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윤 대표는 이제 IB와 리테일 사이에도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이 국내 IB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전국 NH투자증권 지점들을 돌아다녔는데 특히 리테일 사업 개선을 위한 의견들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 NH투자증권은 IB 사업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해왔다. |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2022년도 평균 리테일 사업 비중은 키움증권(72%)이 가장 높고 삼성증권(52%), 미래에셋증권(41%), NH투자증권(40%), 한국투자증권(36%)이 뒤를 잇는다.
소위 국내 증권사 ‘3대장’으로 불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리테일에서만큼은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테일은 IB, 자기매매 등 기타 사업부문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원으로 평가되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선 리테일 사업기반 확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농협지주에 인수된 뒤 IB를 중심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리테일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으면서 안정적 쌍두마차 수익구조를 구축할 때가 됐다고 볼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전 사업 부문 간 연계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리테일 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1993년 LG투자증권에서 증권업계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LG투자증권 홍콩 현지법인, 국제업무팀 등을 거친 뒤 우리투자증권에서 IB에 본격 몸담았다.
NH투자증권의 IB 성장을 이끌며 부사장까지 올랐고 2024년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