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에서 면역결핍증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판매망을 예상보다 빠르게 구축하면서 올해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당초 연말까지 목표했던 미국 판매망 구축을 1달여 만에 거의 달성한데 따른 것으로 현지 판매도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가 미국에서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알리글로를 등재하면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올해 하반기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4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GC녹십자는 미국 판매를 시작한 지 1달여 만에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알리글로를 처방집에 등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3대 PBM으로는 익스프레스스크립트(ESI)와 CVS케어마크, 옵텀이 있다. 이들이 미국 처방약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시장 특성상 처방약급여관리업체가 의약품 유통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GC녹십자가 안정적으로 판매망을 속도감 있게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미국 진출을 선언하며 연말까지 미국 3대 PBM과 8곳의 전문약국(SP)과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7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1달여 만에 3대 PBM 등재는 물론 7곳의 전문약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목표를 사실상 거의 달성한 것이다.
허 사장으로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주요 의약품 유통사들과 계약을 마무리하면서 미국 진출 결실을 더욱 일찍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C녹십자가 목표보다 빠르게 미국 의약품 판매 채널을 확보하면서 미국에서 알리글로를 배포하는데 문제가 없게 됐다”며 “초도 물량이 출하된 이후 8월에만 추가로 3번의 알리글로 선적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GC녹십자는 7월8일 미국 판매를 위해 알리글로 초도 물량을 선적했다. 7월 마지막 주에 미국에 본격적으로 출시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초반부터 흥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허 사장이 미국 진출에 ‘7전8기’를 거치며 빠르게 준비했던 미국 판매법인 설립 등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2015년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2017년 최종 실패하고 농도를 높인 10% 제품으로 2023년 7월 다시 미국 FDA 문을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허 사장은 기존 미국 자회사의 사명을 변경하고 소수 영업인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해왔다.
▲ 알리글로(사진)가 미국 진출 초반부터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GC녹십자는 2022년 8월 기존 미국 법인이었던 GC목암의 사명을 GC바이오파마USA로 변경하고 소수 영업인력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GC녹십자가 미국 FDA에서 최종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 지난해 12월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1년 반 이전부터 미국 판매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 셈이다.
허 사장으로서는 올해 하반기 GC녹십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밑바탕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GC녹십자는 국내 대형제약사로 여겨지는 5대 제약사(유한양행·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녹십자) 가운데 유독 수익성이 악화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GC녹십자의 주요 품목인 혈액제제 매출 비중이 높지만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데다 원재료인 혈액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부담이 커진 탓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혈액제제 매출 비중은 3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상 혈액제제 수익성이 개선되면 전체 실적도 이끌 여지가 큰 셈이다.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26억 원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73.9% 뒷걸음질했다.
물론 올해 상반기 5대 제약사에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2곳에 그친다. 하지만 유한양행과 종근당과 비교해 GC녹십자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욱 크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알리글로로) 조기에 자리를 잡겠다”며 “이를 통해 매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