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사진)이 2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이사회에서 중도에 퇴장한 이후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가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이사회 장악을 위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활용에 나선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를 이용한다면 형제들과 대립하고 있는 ‘3자 연합’측에 선 한미약품의 이사회 구성도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와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열리는지에 따라 형제와 3자연합의 승패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지배력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측 인물 5명, 3자연합측 인물 4명 등으로 형제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활용한다면 한미약품 이사진 교체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41.42%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다.
물론 한미약품 이사 해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의결권에는 부족할 수 있다. 다만 한미약품 주식을 보유한 모든 주주가 출석하지 않는다면 형제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임종윤 이사도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 지분에서 개인주주 비율이 높아 모든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참석 가능한 사람을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당장 (임시 주총을)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형제들이 한미사이언스를 활용해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한미약품이 한미약품그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적만 따져봐도 한미약품의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2024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292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으로 매출이 1020억 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자체 사업으로만 낸 매출은 16%에 그친다.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만 매출 7818억 원을 거뒀다.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한미약품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한미약품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다.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은 형제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외부 투자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약품은 한미약품그룹에서 신약 개발 및 제품 생산을 도맡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쟁력은 사실상 한미약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8월29일 임직원을 상대로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통해 또다시 불거진 외부세력의 새로운 도발에 어려운 결정을 단행했다”며 “투자유치를 통해 한미약품그룹을 글로벌 파마 대열에 진입시키려는 노력을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여겨진다.
▲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타워 전경.
하지만 3자 연합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3자 연합은 형제가 움직이기 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7월29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이사 정원을 12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 것을 청구했다.
만약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형제측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구조가 된다면 형제들이 그리고 있는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사회 정원 확대는 한미사이언스 정관 변경인 만큼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3자 연합이 이사 정원 10명을 채우기 위해 1명을 신규 선임해달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보통결의 안건인 만큼 3자 연합의 승리가 예상된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를 포함해 형제측으로 분류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8월23일 기준으로 29.07%에 그친다. 반면 3자 연합으로 묶인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7월11일 기준으로 48.19%로 과반에 가깝다.
3자 연합이 모든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한다면 이사회 정원 확대를 위해 모두 66.7%(출석 주주의 3분의 2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보통결의의 경우 출석 주주의 의결권 2분의 1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