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모듈업체 ‘나무가’가 3D카메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서정화 대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미래를 내다보고 3D카메라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나무가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전망하고 3D카메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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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화 나무가 대표. |
나무가는 9월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7.96% 가운데 절반 정도인 8.96%를 매각해 186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나무가는 “확보한 자금을 재무구조개선, 듀얼카메라와 3D센싱모듈부문 연구개발과 생산시설투자,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관련 회사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M&A)에 사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나무가는 2004년 설립된 카메라모듈전문업체로 깊이를 인식할 수 있는 3D센싱카메라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 받는다.
3D카메라는 공간인식과 동작인식 등이 가능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어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과 자율주행차 등의 충돌방지센서에도 적용할 수 있어 사용분야가 넓다는 장점도 있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나무가는 국내 카메라모듈업체 가운데 3D센싱카메라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경우 나무가는 카메라모듈 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무가는 삼성전기 출신들이 모여 만들었다.
서정화 나무가 대표는 1957년생으로 20년 가까이 삼성전기에서 일하다 2004년 마음이 맞는 후배들과 함께 나무가를 설립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나무가를 이끄는 11명의 임원 가운데 8명이 삼성전기 출신일 정도로 삼성전기 출신은 여전히 나무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서 대표는 삼성전기에서 기획팀장, 마케팅총괄팀장 등을 지낸 마케팅전문가로 마케팅전문가답게 시장의 수요를 앞서 읽어 나무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나무가는 설립 초기 노트북용 카메라모듈을 주로 다루는 업체였는데 2010년부터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나무가는 경쟁업체들보다 뒤늦게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스마트폰으로 셀프카메라를 즐겨 찍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스마트폰용 전면 고화소카메라를 경쟁업체보다 앞서 개발해 매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시설을 설립해 원가경쟁력도 확보했다.
서 대표는 2009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3D센싱카메라를 삼고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2011년 벨기에의 소프트키네틱(Softkinetic)과 함께 소트프키네틱코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소프트키네틱코리아는 3D카메라 관련 제품을 해외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나무가는 현재 ‘3D렌즈의 초점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3D카메라의 신호처리시스템’, ‘동작인식모듈 및 동작인식시스템’, ‘다각도 디퓨져조합장치 및 3D카메라’, ‘다범위 검출이 가능한 3D스테레오 카메라렌즈유닛’ 등 다수의 3D카메라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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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듀얼카메라모듈. |
나무가가 3D카메라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상반기 나무가의 전체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이른다.
서 대표는 나무가의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나무가는 3D카메라모듈의 매출을 늘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무가는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됐는데 서 대표는 당시 “앞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는 동작을 인식하는 3D센싱카메라모듈로 진화할 것”이라며 “나무가가 이 분야에 일찍 주목하고 기술개발에 힘써온 만큼 시장을 선도해 매출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나무가가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3D카메라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나무가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3D카메라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무가는 나무그늘 같은 편안함을 주는 회사, 나무뿌리처럼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회사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