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5-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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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대표로 ‘친명(친이재명)’ 박찬대 의원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의 신뢰를 받는 박 의원이 총선 이후 일찌감치 원내대표 도전에 나서자 물망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이 출마를 포기하며 유일한 후보자가 됐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21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로서는 원내 전략을 총괄하는 원내대표에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박 의원이 선출된다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당대표 연임론’과 관련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오는 3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는 단독으로 입후보한 박찬대 의원에 관한 찬반 투표로 진행된다.
박 의원이 홀로 원내대표 후보가 된 상황을 두고 ‘이심’(이재명 대표 마음)이 실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이 가장 먼저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뒤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서영교, 김성환, 박주민 의원 등이 자진해 불출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표가 총선이 끝난 뒤 4월19일 진행했던 유튜브 ‘당원과의 만남’ 방송에서 옆자리에 앉은 박 의원을 두고 “모범적인 주인(국민)을 잘 모시는 우리 후보”라고 추켜세웠고 이틀 뒤인 21일 박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4월28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상황에 관해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하려는 인물이 꽤 많았지만 1주일 사이에 정리가 됐다”며 “지금 상황 자체가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박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22대 국회 초반에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오는 3일 치러질 선거에서 박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는 것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박찬대 의원이 원내대표로 단독 추대되는 분위기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단독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로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2005년 열린우리당이 정세균 의원을 만장일치로 원내대표에 추대했지만 당시는 천정배 원내대표 사퇴 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상황이었다.
이에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단독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공고히 구축됐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신뢰할 수 있는 친명계로 꼽히는 박 의원이 원대대표가 되는 수순을 밟으면서 향후 ‘이재명 당대표 연임’ 문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8월 임기 만료 뒤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명 연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현재 압도적 대권주자인데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아닌 다른 인사가 민주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대표는 실질적으로 당을 관리하기 때문에 정치적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줘야하고 권한이 없는 사람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대표에게 연임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 뿐 아니라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자, 정성호·조정식 의원 등도 이 대표의 연임에 힘을 싣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당대표 연임은 이 대표의 결단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 대표가 스스로 당대표를 연임할 의사를 밝힌다면 이를 가로막을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도 당대표 연임에 제한을 두는 조항은 없다.
다만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당대표를 연임한 사례가 없는데다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일이 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난 3월1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대표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스러운)라 한번만 더 하면 주변 사람 다 잃게 생겼다”며 총선 이후 당대표를 맡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찬대 의원이 4월19일 유튜브 라이브 '당원과의 만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유튜브 라이브 화면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박찬대 의원 원내대표 선출’은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결정과 관련한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원내대표는 여당과 협상 당사자로 국회 일정과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당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나 사보임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대응 전략도 주도적으로 이끈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박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굳이 당대표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많은 정치적 부담과 비판을 무릅쓰고 연임을 강행할 필요성이 적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데 당대표를 연임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에 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당대표를 맡아 다음 대선까지 민생개혁에 성과를 못낸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계속될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해 당대표 연임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3일 YTN뉴스킹에서 “과연 이 대표가 연임을 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좋은 것인가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사당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워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여론도 이 대표의 연임을 두고 반대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 꽃이 4월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당대표를 연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7%, ‘공감한다’는 44.5%로 조사됐다.
이는 여론조사 꽃 자체조사로 26일과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통신3사에서 제공한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 대표는 지난 4월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임 여부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질문에 "그런 얘기 하지 말라"며 말을 아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