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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의 증권 집단소송법 개정안, 한미약품 사태로 재부각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10-07 19: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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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무책임한 공시가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시의무 위반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약품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피해자 구제제도에 대한 요구가 높은 가운데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 천태만상 부실공시, 구제책 깜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공시의무를 위반한 기업이 4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났다”며 “지금 규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이배의 증권 집단소송법 개정안, 한미약품 사태로 재부각  
▲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시의무 위반은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조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45건에서 2014년 63건, 지난해 126건, 올해는 8월까지 141건으로 훌쩍 뛰었다.

기업들의 무책임한 공시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반은 아슬아슬하게 피해가지만 투자자들의 손해를 낳는 ‘부실공시’도 비일비재하다.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 직전에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공시하거나 수주 공시에서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등 꼼수를 쓰는 것은 '기본'이다.

이 때문에 부실공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피해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한미약품 사태가 부실공시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미약품의 의도적인 늑장공시로 투자자들은 최대 23%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건의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법조계는 이들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걸어도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수시공시의 부실·허위 공시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약품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특정인에게 공개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집단소송의 요건이 충족된다.

이충훈 법무법인 씨엠 변호사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미공개정보의 이용이나 시세조종, 사업보고서 허위기재, 부정거래 등을 요건으로 한다”며 “미공개이용 손해배상 책임이나 부정거래 등에 대한 요건충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 집단소송법 재조명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8월 발의한 증권 관련한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다시 이목이 쏠린다.

이 개정안은 증권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유형에 부실·허위 공시 등도 포함했다.

  채이배의 증권 집단소송법 개정안, 한미약품 사태로 재부각  
▲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채 의원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시공시에 대해 부실공시, 허위공시, 지연공시가 있을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증권 집단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은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할 손해배상 금액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피해자 구제뿐 아니라 기업들로 하여금 공정한 경영을 강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미약품 사태로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 집단소송은 당초 투자자들의 집단적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05년 1월1일 시행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사건이 모두 9건에 불과해 ‘죽은 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올해가 시행 11년째인 것을 감안하면 1년에 채 1건도 접수가 안 된 셈이다.

이는 소송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한 탓이다. 증권 집단소송제는 진행해도 된다는 허가 결정이 나는 데만 3심을 거쳐야 한다. 본안소송까지 합치면 사실상 6심제나 다름없다. 게다가 소송허가 결정이 나도 피고가 즉시 항고하면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해 본안소송이 개시되지 못하는 등 '맹점'이 많다.

2010년 1월 제기된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 사건’은 RBC가 재항고까지 하면서 본안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최정식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 제정과정에서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재계와 기업에서 견제가 많았다”며 “결국 차포를 다 떼는 바람에 미국과 같은 신속성과 파괴력이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채 의원의 개정안은 소송허가 결정에 피고가 항고해도 본안소송을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부실·허위 공시 등 적용 대상을 넓히고 대표 당사자나 원고 측 소송대리인의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도 삭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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