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의사 단체들이 의대 정원을 놓고 조금씩 대화 물꼬 트고 있다.
제약사들로서는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인해 원내의약품을 넘어 전문의약품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8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3월 의료 공백이 진행되면서 병의원으로 공급되는 의약품 물량이 1년 전보다 20~3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의대 정원을 놓고 대립하면서 올해 2월 종합병원 전문의들의 집단 사직을 시작으로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전문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의대생 동맹휴학에 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사직하면서 의료 공백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실제 3월 상급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입원 환자도 45%가량 급감하면서 원내의약품 처방이 직격탄을 맞았던 것은 당시에도 체감됐지만 해당 기간에 원외처방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액제를 포함한 원내의약품을 생산 및 유통하는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제약사들이 의료 공백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케미컬(화학의약품) 제품을 생산하는 곳 대부분은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의사협회 사이에 대화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능한 빠르게 합의점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한 이후 정부와 의사 단체들이 팽팽히 맞서던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진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
앞서 대통령실은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이날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는 7일 회의에서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1년 유예하는 것과 관련해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며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전까지만해도 정부는 국민의 불편이 예상돼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팽팽히 대립하던 이전까지 모습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8일부터 경북대와 전북대는 수업을 재개하고 가톨릭대학교와 전남대학교는 다음주부터 수업을 다시 진행하면서 학사 일정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수업 연기가 이어지면 의무 교육을 이수하지 못해 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학교가 수습을 나서는 모습이다.
제약사로서는 이번 의료 공백이 최대한 빠르게 수습되길 바라고 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 당장의 매출에도 차질을 빚는 데다 미래 먹거리로 준비하고 있는 신약 개발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제약사에서 신약을 개발해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수적이지만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 임상시험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임상 3상의 경우 국내에서도 수백억 원 규모의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일정이 지연되면 비용이 추가로 더 발생하게 된다”며 “이미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어 임상시험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을 놓고 이제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합의점을 찾기 이전까지는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대위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마저 사직에 들어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일부 진료가 제한되고 있지만 응급실이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0일 총선이 앞으로 대화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걸 떠나서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합의점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