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을 늦추고 다른 경로를 통해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창신메모리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참고용 이미지. <창신메모리>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가 중국 상하이증시에 상장 계획을 미루는 대신 정부 지원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외부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중국 정부는 창신메모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를 따라잡는 일이 자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우선과제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창신메모리는 올해 중순부터 상하이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증시 불안정성을 이유로 이러한 계획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창신메모리는 상장 대신 다른 방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중국 정부 펀드와 연관된 자금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기업 육성을 목표로 2040억 위안(약 37조4천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창신메모리와 계열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 꾸준히 자금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창신메모리는 추가로 조달하는 자금을 메모리반도체 생산 증설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창신메모리가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반도체 기술 자립 목표에 핵심으로 자리잡은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무역규제에 맞서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400억 달러(약 52조7천억 원) 규모의 새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중국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더 앞선 반도체 기술 확보에 중요한 발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창신메모리와 같은 기업이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를 따라잡는 일을 국가 차원의 반도체산업 육성 목표에 선제적으로 이뤄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창신메모리 계열 D램 제조사인 창신신차오메모리와 낸드플래시 전문업체 YMTC에 꾸준한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어느 정도 결실로 이어졌다. 창신메모리는 최근 중국 기업 가운데 최초로 DDR5 규격 모바일 D램 개발에 성공했고 HBM(고대역) 메모리 개발에도 나섰다.
DDR5 및 HBM 메모리는 고사양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쓰이는 고부가 메모리로 기술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다. 창신메모리가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시 상황이 개선되는 대로 창신메모리가 다시 상장 계획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창신메모리가 정부 지원과 기업공개를 통해 이중으로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