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아이폰 중심의 사업 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타이베이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15 시리즈.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과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기업이 일제히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순이익을 발표하며 경제 상황 악화에도 실적 방어 능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애플은 이들과 달리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갖춰 올해 실적과 미래 성장성이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30일 “주식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정책보다 애플의 이번 실적 발표를 더욱 눈여겨보고 있다”며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현지시각으로 11월2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3분기에 해당하는 자체 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다.
현재 애플 시가총액은 미국 증시 S&P500 전체 시가총액에서 약 7.2%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실적에 따른 주가 흐름이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4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세를 이어가며 20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침체된 데다 핵심 협력사인 폭스콘이 중국 정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사업 차질 가능성이 떠오르는 점도 부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빅테크 기업 가운데 애플보다 먼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와 아마존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신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고 알파벳과 메타는 주력사업인 검색광고 매출이 회복세에 오르면서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콘텐츠와 구독형 서비스 등 신사업도 아이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차이를 보인다.
결국 이번 실적에 반영되는 아이폰15 시리즈 매출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IT기업과 차별화된 성장에 배경으로 작용했던 애플의 사업구조가 지금 상황에서는 매우 큰 리스크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아이폰 등 하드웨어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광고와 달리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체감 경기가 나빠질수록 판매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장기간 이어진 물가 상승에 소비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커지면서 자연히 아이폰의 교체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 본격화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며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벌어들이는 돈의 가치가 낮아지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실적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애플 실적 부진이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 전체로 악영향이 번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이러한 예상대로 투자자들에게 실망스러운 3분기 성적표를 꺼내든다면 현재의 사업 구조 자체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공산이 크다.
▲ 애플 하드웨어 판매점 '애플스토어' 매장 사진. <연합뉴스> |
아이폰과 같은 단일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애플의 현재 상황을 두고 비판적 평가가 이어져 왔는데 이런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실적과 주가 부진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과 메타 등 경쟁사와 비교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기업 대상 클라우드,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추진하는 반면 애플은 공식적으로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 발표는 결국 애플이 아이폰 의존을 낮추고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만 다른 빅테크 기업과 같이 미래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애플은 현재 메타버스와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아직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애플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3분기에도 안정적으로 아이폰 판매량과 실적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는 오히려 현재의 사업 구조가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기회에 해당한다.
경제 상황 악화에도 아이폰의 소비자 수요는 굳건하다는 점을 증명하면서 중장기 성장성과 관련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전문지 마켓워치는 “애플의 이번 실적 발표는 소비자들이 지금의 경제 상황에도 1천 달러 넘는 아이폰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