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팔린 아이폰의 평균 판매가격(ASP)이 2023년 1분기 기준 1천 달러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보였다.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애플> |
[비즈니스포스트] 1분기에 미국에서 판매된 애플 아이폰의 평균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1천 달러(약 132만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폴더블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평균 판매가 인상에 효과를 보고 있지만 애플은 원가 절감과 가격 인상에 모두 성공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증명했다.
4일 조사기관 CIRP의 애플 아이폰 판매가격 집계에 따르면 1분기 미국에서 팔린 아이폰의 평균 가격은 약 988달러로 나타났다.
2022년 1분기 아이폰 평균 판매가가 882달러, 2021년 1분기는 847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CIRP는 일반적으로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는 4분기에 고가 제품의 수요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 평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최소 9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14프로, 1099달러부터 가격이 책정된 아이폰14프로맥스 모델의 수요 증가가 이러한 결과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장메모리 용량이 높은 모델은 아이폰14프로맥스 기준으로 최고 1599달러에 이른다.
애플이 고가의 프로 모델에 고사양 부품을 집중적으로 탑재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인 전략이 성공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이 비교적 낮은 아이폰14 및 아이폰14맥스 모델은 프로 시리즈와 비교해 모바일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성능, 카메라 사양 등이 모두 비교적 떨어진다.
애플이 이처럼 신형 아이폰 라인업을 성능별로 나누어 출시하는 전략을 두고 한때 비판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판매 성과 측면에서 효과적 방법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애플의 아이폰 평균 판매가 인상은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이 눈에 띄는 기술적 변화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되었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꾸준히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는 1년 전과 비교해 약 2%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밝힌 2023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은 325달러로 애플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물론 애플의 평균 판매가는 미국을 기준으로 한 만큼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삼성전자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도 갤럭시Z폴드와 갤럭시Z플립 등 상대적으로 고가의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을 앞세워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4' 및 '갤럭시Z폴드4' 제품 이미지. |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폴더블 제품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와 달리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은 상황에도 기존과 같은 형태의 제품으로 평균 판매가를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판매가격이 비교적 높지만 그만큼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신형 부품이 탑재되기 때문에 원가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애플은 아이폰의 디자인을 수 년째 비슷하게 유지해 다수의 부품을 재사용하면서도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던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훨씬 좋은 성과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애플이 갖추고 있는 충성고객 기반과 브랜드 경쟁력이 고가 제품의 수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같이 큰 변화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최신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기반이 충분한 만큼 안정적으로 판매 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드웨어 대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나 새 소프트웨어 기능을 통해 신형 아이폰을 기존작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비교해 독보적인 능력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하드웨어 변화를 보여줘야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뚜렷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두 기업의 특성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에서 애플을 따라잡기 사실상 불가능한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줄어들며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소비자만 신제품을 구매하는 추세가 뚜렷해져 평균 판매가 상승을 이끌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약세를 보였지만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고가 제품의 성장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