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봉쇄와 같은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폐기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2022년부터 이런 방역정책을 국민에게 강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특수를 누렸던 백신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양대 백신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는 2023년 이후 전략을 어떻게 펼쳐나갈까?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5년 무균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해 고순도 독감백신을 내놓으면서 국내 백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기업이다.
무균세포배양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유정란배양보다 생산속도가 빠르며 항생제, 보존제도 필요 없어 고순도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무균세포배양 백신에는 계란과 항생제, 보존제가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없고 유정란배양으로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일부 백신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으며 코로나 특수를 누렸으며 2021년에는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출시했다. 그러나 2022년 정부의 정책 변화로 특수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이에 새로운 생존전략을 펴야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은 그동안 중단하고 있었던 독감백신 시장에 다시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2023년 2분기부터 독감백신 생산을 시작해 9월에 국내 조달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다시금 국내 독감백신 시장 1위 탈환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10월 미국법인 설립 통해 글로벌바이오기업 및 국제사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열었다. 미국에 김훈 CTO를 파견하는 한편 빌앤멀린다재단과 화이자 출신의 인물들을 영입하면서 외연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팬데믹 기간 백신개발과 생산, 유통을 전담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한다. 이에 다음 팬데믹이 왔을 때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신형 백신을 성공적으로 위탁생산하고 자체 제품 개발까지 성공한 경험들은 보수적인 글로벌 바이어업계에서 국제공조를 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환절기마다 코로나19, 독감 등 여러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은 이들 바이러스에 한꺼번에 대응할 수 있는 콤보백신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들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올라타려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국내 백신기업 GC녹십자는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전통의 독감백신 경쟁력 키우기에 몰두했는데 이 선택이 성과를 냈다.
다른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앞서 개발한 4세대 독감백신 지씨플루를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수출하는데 성공해가고 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지씨플루를 포함한 백신제제류 수출액은 2021년 1072억 원, 2022년 1185억 원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약 80%를 독감백신이 차지하고 있다. GC녹십자 2023년에도 중남미에만 661억 원 규모를 수출하는 역대 최대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4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하는 4가 독감백신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4가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백신명가 GC녹십자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GC녹십자는 2023년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고 해외에서도 백신 수출을 확대해 명가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독감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위세가 줄어들었다고 하나 앞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계속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백신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준을 넘어 수출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로 대표되는 국내 백신기업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