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월에 이어 또 동결하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으로 투자 자금이 모이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하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곳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의 12개월 최고 우대금리는 이날 기준으로 연 3.37~3.80%다.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 최고금리가 연 3.80%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3.37%로 가장 낮다.
특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금리는 기준금리보다도 낮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저축은행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79곳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만기 기준으로 연 3.80%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10월 연 6%대에서 형성됐던 점에 비춰보면 예금금리 하락세가 얼마나 가파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금리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소폭 오를 때에도 하락 흐름을 보였는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영향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가 상당 부분 덜어지면서 기준금리가 급작스럽게 오를 가능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7번 기준금리를 올렸고 이후 2월과 4월에는 3.50%를 유지했다. 반면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 수준까지 올랐다가 그 뒤로 계속 하향하고 있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가 하락하면 은행 상품의 매력도도 떨어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새 투자처를 발 벗고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 합산 잔액은 2월 말 852조8225억 원에서 3월 말 843조2975억 원으로 한 달 사이 약 9조5천억 원 줄었다.
저축성예금 가운데 정기예금 합산 잔액은 2월 말 815조7006억 원에서 3월 말 805조3384억 원으로 10조3천억 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대기성 자금은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5곳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합산 잔액은 3월 말 619조2650억 원으로 2월 말과 비교해 약 10조 원 늘었다.
그럼에도 ‘역머니무브’ 현상이 완전히 사그라들기 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지난해 하반기 5%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은행 상품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것은 맞지만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막상 투자할 데를 찾지 못해 은행에 재예치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2월과 4월 두 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벌써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이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금통위, 시장의 과도한 조기 금리인하 기대 경계’ 보고서에서 “이르면 올해 11월부터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지나친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관한 경계감을 충분히 나타냈다”며 “이런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에는 추가적 금리인상 없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인데 현재 높은 물가수준 등을 고려할 때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한국은행은 올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