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함영주 회장의 눈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에 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하나캐피탈을 뺀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 성적이 모두 뒷걸음질하면서 2등 금융지주와 순이익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 부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2등 금융지주와 순이익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에 취임해 임기 첫해를 보냈는데 1년 성적표에 기쁨보다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와 2등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의 순이익 격차는 7876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는 2021년 2위 금융지주였던 신한금융지주와는 4932억 원의 순이익 격차를 보였는데 1년 사이 2등 금융지주와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4조6423억 원을 거두면서 3년 만에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각각 4조4133억 원, 3조6257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순이익 순위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KB금융지주가 순이익 4조4133억 원을 내며 1등 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했다. 같은 해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각각 4조193억 원, 3조5261억 원이었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지난해 하나은행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을 모두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쥔 만큼 2등 금융지주와 순이익 격차 확대에 더욱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2등 금융지주와 격차를 줄일 좋은 기회였는데 비은행 계열사가 그룹 성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이 기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함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함 회장의 목표는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다. 이 목표로 가려면 사실상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서야 한다.
2등 금융지주와 순이익 격차가 줄어들수록 함 회장의 목표에도 더 가까워지는 셈인데 지난해에는 오히려 목표에서 한 발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기업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외환 수수료 증가로 비이자이익이 증가한 덕분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1692억 원이었다. 신한은행이 3조450억 원을 거뒀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조9960억 원, 우리은행은 2조9198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가 9일 발표한 지난해 그룹 관계사별 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6곳 주요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증가한 곳은 하나캐피탈 1곳뿐이다.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맏형’으로 여겨지는 하나증권은 자본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자산관리 수수료와 IB(기업금융) 수수료 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126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5.1% 감소했다. 심지어 순이익 규모는 하나카드(1920억 원)보다 더 작았다.
하나생명은 순이익이 58.2% 감소해 하나증권 다음으로 순이익이 많이 줄었다. 하나카드와 하나저축은행은 각각 1년 전보다 순이익이 23.4%, 12.3% 감소했다.
하나캐피탈은 2021년보다 9.7% 증가한 299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실적이 크게 늘어난 반면 비은행 계열사는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2022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 동안 2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19.9%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13.6%로 20%를 밑돌았다. 2021년만 해도 30% 넘는 비중을 보였는데 1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