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12-06 17: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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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이 해외사업 강화의 핵심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시장 공략에서 끈기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의 인도네시아사업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사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씨앗 뿌리는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 KB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사업 확장에 지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금융권에서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향한 KB금융의 끈질기고 집요한 투자전략이 다소 늦더라도 결국 큰 성과로 귀결될지 아니면 KB금융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될지 앞으로 전개될 전략과 시장반응 등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서는 최근 끝난 KB금융의 대학(원)생 토론대회 ‘KB솔버톤’ 대회를 놓고 인도네시아를 향한 KB금융의 관심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회는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방안‘이라는 큰 주제 아래 별도의 사업부문 제한 없이 열렸는데 인도네시아사업에 집중한 한국외국어대학교 KBJG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외대팀은 결승에서 인도네시아 부동산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고객과 내수고객을 나눠 접근하는 방안을 제시해 마이데이터 주권 찾아주기를 제안한 성균관대팀을 꺾었다.
예선에서도 인도네시아의 탄소 감축을 위해 전기오토바이에 특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등 인도네시아 맞춤사업을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KB솔버톤 대회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특별팀도 참여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한류 열풍을 소개하며 한류와 금융의 연계방안을 제안했는데 KB금융이 이번 대회에 초청한 외국팀은 인도네시아가 유일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11월14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국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도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다.
당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계와 재계 관계자들이 모여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윤 회장은 2014년 회장 취임 이후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선진국시장과 동남아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금융시장 개척을 위한 핵심기지로 삼고 있다.
동남아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KB금융 계열사가 가장 많이 진출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손해보험, KB캐피탈, KB국민카드, KB데이타시스템 등 KB금융 6개 계열사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다. 이들이 현지 금융사 인수나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해 현지 고객을 상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KB금융은 2018년 KB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지분 인수 이후 2020년 KB국민카드의 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FMF)과 KB캐피탈의 순인도파라마파이낸스 인수, 올해 1월 KB증권의 밸버리증권 인수까지 최근 3~4년 사이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사를 품에 안으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도네시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합병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 돈을 계속 투입하고 있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인수한 KB부코핀은행만 봐도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순손실 1505억 원을 냈다. 2021년 같은 기간 순손실 1180억 원보다 손실 규모가 30% 가까이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이에 10월 KB부코핀은행에 793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투입도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이 2018년 7월 부코핀은행에 처음 1164억 원을 투자한 뒤 4년 동안 투입한 자금이 8천억 원이 조금 넘는데 다시 한 번 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KB금융은 인도네시아사업에 발목이 잡혀 해외사업 전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해외사업에서 순이익 2220억 원(원/달러 환율 1300원 기준)가량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사업 순이익규모는 KB금융 전체 순이익의 5% 수준으로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신한금융은 3분기 전체 순이익 4조3150억 원 가운데 10% 가량인 4310억 원을 글로벌사업에서 올렸다.
하지만 KB금융은 인도네시아를 향한 투자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1월14일 인도네시아에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국내 기업인과 기념사진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윤석열 대통령, 조코 위도도 대통령,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윤 회장은 해외사업과 관련해 “나는 씨를 뿌리는 사람이지 거두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 장기적 안목으로 이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다음 주자는 내년 초 통합 출범을 앞둔 KB라이프생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을 제외하고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손해보험 등 자산규모가 10조 원이 넘는 KB금융 주요 계열사는 모두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다.
하나라도 더 많은 계열사가 진출한다면 현지에서 KB브랜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도 효율적일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자회사 KB부코핀은행과 KB국민카드가 인수한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가 11월 현지 협력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KB부코핀은행은 이번 협력에 따라 앞으로 점포에서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의 할부금융 상품도 판매하기로 했다.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옛 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내구재 할부금융사업을 하는 여신전문금융업체로 2020년 KB국민카드에 인수됐다.
윤 회장은 장기적으로 2030년 해외사업 수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윤 회장은 9월 창립 14주년 기념사에서 “KB금융은 한국의 리딩금융을 넘어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계획한 것을 담대하고 끈덕지게 추진해 나간다면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