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4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대만 TSMC에게 뺏겼던 고객사 퀄컴을 3나노 공정에서 되찾아 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만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큰 폭의 가격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어 퀄컴이 2023년 말 출시할 차세대 모바일칩(AP) 생산을 놓고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을 선택할 요인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23일 해외 IT전문매체 WCC테크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TSMC를 따돌리고 퀄컴으로부터 3나노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23일 해외 IT전문매체 WCC테크 등은 유명 정보유출자 ‘OreXda’를 인용해 “퀄컴이 2023년 말 출시할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 3세대의 위탁생산을 TSMC 3나노가 아닌 삼성전자 3나노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퀄컴이 3나노 공정 협력사로 TSMC를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존 관측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퀄컴은 11월16일 공개한 ‘스냅드래곤8 2세대’를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등 TSMC와 협력을 강화해왔다.
과거 삼성전자도 4나노 공정에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생산했으나 2세대 제품부터는 TSMC에 물량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TSMC의 3나노 양산이 지연되면서 차세대 AP가 제때에 출시하려면 삼성전자의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사 정보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TSMC는 올해 9월부터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TSMC의 3나노 생산 일정이 늦춰지는 것은 기존 핀펫 공정을 일부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TSMC의 3나노 공정에 쓰이는 핀플렉스 기술은 기존에 쓰던 핀펫 공정 기반이기는 하지만 노광장비(EUV)는 기존 장비와 다른 것을 써야하기 때문에 품질을 확보하고 양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퀄컴은 2023년 말까지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TSMC만을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퀄컴은 삼성전자가 6월 3나노 양산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품 샘플을 받아 이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계획대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고 현재 수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현재 기준으로도 TSMC보다 5개월 정도 앞서고 있는 것이다.
▲ TSMC가 3나노 공정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를 맡길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TSMC의 3나노 공정 가격이 전 공정들보다 크게 인상되는 점도 삼성전자가 부각되는 이유로 꼽힌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3나노 공정 가격을 웨이퍼당 2만 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웨이퍼당 1만6천 달러였던 5나노보다 25%, 1만 달러인 7나노보다 2배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려진 내용이 없다. 하지만 TSMC의 3나노보다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도 최근 TSMC와 파운드리 가격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들은 TSMC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더 낮은 가격에 3나노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를 파운드리 협력사로 고려할 팹리스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생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기업은 이를 고객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TSMC가 파운드리에서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 아무런 저항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이 수율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만언론 공상시보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최근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이 20%에 그친다며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깎아내렸다.
또 TSMC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성능에서 애플의 A16 바이오닉을 뛰어넘으면서 TSMC 파운드리의 기술력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수율을 개선하고 공정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TSMC와 충분히 경쟁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업기획실장 부사장은 11월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4~5나노 기술에서는 TSMC에 조금 뒤처진 것이 사실이지만 더 발전된 노드(공정)로 따라잡을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