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새 사외이사로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삽교섭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대 교수를 선임했다
갈수록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확대를 추구하는 'RE100' 국제 캠페인에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 삼성전자가 3일 제54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제통상 전문가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에너지 전문가인 허은녕 서울대 공대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
삼성전자는 3일 제54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2명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유명희 전 본부장은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경제통상 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가 유 전 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장비의 중국을 향한 수출을 제재하고 한국과 일본, 대만을 반도체 칩4 동맹으로 결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을 견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명희 전 본부장의 국제 통상분야에서 전문성이 삼성전자에게 필요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 전 본부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으며 2020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뒤 외교부 경제 통상대사를 거쳐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유명희 전 본부장과 함께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오른 허은녕 교수는 친환경 중심의 국제무역질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는 점을 꾸준히 알린 에너지 전문가다.
허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충에 대한 국제적 요구인 RE100에 대비하기 위한 카드 가운데 하나로 읽힌다.
RE100은 글로벌 비영리단체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추진하는 국제캠페인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력다소비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다. 이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전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전체 사용전력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를 국내에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가 미흡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말 평택 4공장(P4)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전력사용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RE100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허 교수와 같은 에너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허 교수는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