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2-10-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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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이자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세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의 월세 선호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이자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역 한 아파트.
16일 부동산업계 안팎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전세의 월세 가속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올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세자금 대출의 93.5%가 변동금리형으로 이뤄져 있어 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월세를 더욱 선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전세자금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변동금리형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1조5천억 원으로 전체 162조 원의 93.5%를 차지했다.
현재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최고 연 6.5%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9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인 4.2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를테면 전월세전환율이 5%일 때 전세보증금 1억 원을 낮추면 매달 월세 42만 원(연간 500만 원)을 더 낸다.
한마디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으면 세입자에게 월세가 유리하다.
실제 월세 계약 건수는 전세 계약건수를 웃돌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임차인이 신고한 확정일자 기준 전국의 월세거래는 106만6648건으로 같은 기간 전세 거래인 100만6252건을 넘어섰다. 월세 거래가 100만 건을 넘어선 것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연말에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역전세난이란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뜻한다. 넓게는 전세 수요자가 줄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와는 다르다.
이런 흐름은 서울 강남 지역의 입지가 뛰어난 곳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현재 전세 가격이 12억 원 수준에 형성되고 있다. 더 낮은 수준으로 계약이 이뤄진 곳도 생겼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세거래가 11억 원에 성사됐다.
2020년 9∼10월 이 아파트단지의 최고 전세금액은 최고 13억∼14억 원 수준이었다. 2년 전에 최고 전세금액으로 계약을 맺은 집주인들은 전세 만기가 도래하면 세입자에게 1억 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셈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KB부동산에서 발표하는 서울 지역의 전세수급 지수를 보면 3일 기준 76.7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2월11일 85.5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치다.
2020년 10월26일 194.1을 기록한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다 2021년 8월2일 184.7로 반등한 뒤 꾸준히 하락추세가 이어졌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를 내놓은 사람과 찾는 사람의 비율을 지표로 나타낸 것으로 0~200 범위로 나타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를 계약하면 샤넬백을 주겠다는 집주인도 등장했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위치한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집주인이 전용면적 84㎡ 아파트(전세가격 4억5천만 원)의 세입자를 구하면서 샤넬백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제품의 정가는 1335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용면적 84㎡의 이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3억8천만~5억 원 사이로 형성돼 있어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차라리 전세가격을 내리는 게 낫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금리 상승으로 금융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월세로 대거 이동한 것이 전세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라며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증금이 큰 전세보다 월세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