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9-27 1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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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유럽 등과 달리 올해도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며 향후 성장률도 다른 국가들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 걱정이 커진 삼성전자 수익성 방어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가 캐시백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를 선보이며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힘을 꼳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삼성전자>
2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에서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 인도 액시스은행과 손잡고 신용카드 2종을 출시했다.
이 신용카드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하면 결제액의 10%를 캐시백으로 지급하는데 이는 인도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을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020~2021년 삼성전자의 인도 매출 가운데 72%는 스마트폰에서 나왔다.
로이터는 “이번 카드 캐시백 마케팅은 삼성전자가 인도 1억7500만 고객의 재구매를 노린 전략”이라며 “삼성전자가 샤오미, 오포, 비보와 같은 경쟁사에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잃은 뒤에 나온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2분기 인도에서 67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시장점유율 18%로 2위를 유지했다.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17%에서 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기존에 1등이었던 중국 샤오미는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9%까지 떨어져 삼성전자와 차이가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인도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상위 점유율을 차지한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샤오미, 비보, 리얼미, 오포 등 대부분 중국 업체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인도 시장을 점령한 것인데 삼성전자는 저렴한 A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에는 프리미엄 라인인 S 시리즈도 인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9월2일 인도에서 판매를 시작한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4·폴드4도 전작 대비 1.7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초기 흥행에 성공하는 등 고가제품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도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다. 2021년 기준 인도의 휴대폰 출하량은 1억6900만 대로 단일 국가로는 중국 다음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최근 IT제품 수요 둔화로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한 중국, 유럽 등과 달리 올해도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인도휴대폰 출하량은 2억100만 대로 2021년보다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2021년 20% 수준이었던 인도 내 5G 스마트폰 비중은 2022년 49%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 인도는 최근 IT제품 수요 둔화로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한 중국, 유럽 등과 달리 2022년에도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인도 벵갈루루 스마트폰 전시장.
애플이 최근 중국을 대체할 아이폰의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인도를 선택한 것도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 아이폰은 2021년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3.8%에 그치지만 프리미엄 제품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552달러가 넘는 초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아이폰13 시리즈가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삼성전자도 현지 공략을 위해 인도 공장의 생산률을 높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인도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 가운데 21.8%는 삼성전자가 제조했는데 이는 1분기 15.6%보다 6.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공급망 다각화 차원에서 베트남에서의 생산능력을 일부 인도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인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하반기 실적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세계 최대인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점유율이 0%까지 떨어지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유럽 등에서도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해 이미 올해 상반기에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약세가 이어져 올해 상반기까지는 좋았던 DS(반도체)부문도 실적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34.7% 감소할 것”이라며 “다만 스마트폰은 출하량이 2분기 대비 3% 증가하고 평균판매가격(ASP)도 상승하고 있어 MX/네트워크사업 관련한 영업이익이 10.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