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한국이 반도체 동맹인 ‘칩4’에 참여하더라도 중국과 직접적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인 ‘칩4’에 참여하더라도 중국과 직접적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칩4를 통해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이 당장 중국 고립 전략을 펼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각국이 반도체 최대 소비국 중국에 수출을 의존하고 있는 데다 칩4의 내용이 공급망 안정에 대응하려는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한국에 칩4 가입을 제안했을 때 중국과 무역 마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칩4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통상 마찰은 주식시장 투자자 입장에서 위험 요인이 증가할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과거 2019년 일본과 통상 마찰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PBR(주당순자산비율)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칩4가 한국과 중국의 직접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중국이 통상 마찰을 벌일 만큼 경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노 연구원은 “중국 경제를 둘러싼 3중 압력(수요 위축, 공급 충격, 기대 약화)이 여전하다”며 “통상 마찰은 주로 수출 제한 조치로 시작하는데 중국 수출입 경기 자체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상 마찰 모멘텀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한국을 제재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 대상으로 모래 수출과 식품 수입을 중단했다. 하지만 반도체 등 가장 중요한 분야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금지했을 때 중국 IT산업이 받을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한국산 메모리반도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이 또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은 반도체 등 IT를 제외했을 때 그 효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칩4 참여가 중국에서 설정한 레드라인(한계선)을 위협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중국은 미국에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만드는 세 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사회주의 체제 도전과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국가 주권 침해다.
하지만 현재 칩4의 방향성은 공동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있는 만큼 아직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노 연구원은 “다만 칩4가 직접 중국을 배제하는 움직임으로 발전한다면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한국 수입 공급망이 원자재 및 비철금속 위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발생한다면 2차전지 소재 및 재료 관련 분야에서는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