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민간 싱크탱크 소속의 경제 전문가는 한국의 '칩4' 예비회의 참여 결정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사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의 '칩4' 반도체 연합 예비회의 참여 결정을 놓고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는 대만 경제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주도하는 칩4 동맹에 발을 들이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반발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대만 매체 중앙사에 따르면 민간 싱크탱크 대만경제연구원의 류페이전 산업경제자료탱크 연구원 겸 총감은 “한국은 마지막으로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국가인 만큼 더 많은 협상의 여지를 갖고 예비회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각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칩4 동맹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공급 국가에 제안한 협의체로 대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가 핵심 의도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어 중국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이른바 칩4 예비회의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동맹의 세부적 의제 등이 구체적으로 조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칩4 동맹 본격 참여 여부를 예비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칩4는 반도체 산업을 다루는 것이라 순수하게 경제적 문제라 생각한다”며 “폐쇄적 모임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류 총감은 한국 정부가 이미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싶다는 의견을 충분히 시사했으나 칩4 동맹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미국의 특정국 배제 전략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이 예비회의에서 어떤 협상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결국 칩4 동맹국이 되면 중국과 외교가 쉽지 않아질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류 총감은 “한국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며 “자국의 반도체 산업 입지를 지키고 싶으면서도 중국과 관계가 악화돼 중요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을 잃을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칩4 동맹이 구축되면 반도체 산업 관련 협력이 실질적으로 추진되기보다 4개 국가의 대중국 전략이 비슷해지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다만 류 총감은 “미국이 칩4 동맹을 주도하게 되더라도 해당 국가들 사이 반도체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대만이 첨단 공정 반도체 산업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입지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며 대만의 기술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