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엄마는 육아 부담에 회사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고민이 깊어지는 와중에 세 살배기 딸이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을 우연히 봤다. 엄마의 도전은 거기서 시작됐다.
사회적기업 오운유는 폐가죽을 업사이클링하는 회사다. 특히 아이들의 순수하고 기발한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다.
오운유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안지혜 대표는 딸아이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의 능력도 발휘할 사업 아이템을 이렇게 딸아이의 그림에서 떠올렸다고 17일 전했다.
안 대표는 원래 패션용품 디자어니로 10년 이상 일하며 잔뼈가 굵었다. 쌈지, 코오롱, 키플링, 패션하우스 등에서 가방 및 패션용품을 디자인했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품에 디자인 등을 더해 새로운 가치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오운유는 이를 이렇게 구체화했다. ‘아이 그림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남겨줄 수 있도록 한 뼘의 작은 가죽이라도 그 사용가치를 연구한다.'
실제 오운유는 국내와 캐나다, 일본 등 세계 11명의 ’오운유 키즈 크리에이터’들이 그린 그림을 모티브로 디자이너가 패션소품을 기획 및 생산한다.
상품 설명에는 해당 제품의 모티브가 된 그림 원본을 그린 아이의 이름과 소개도 담긴다. 뇌전증을 앓는 민준이, 캐나다의 션·아라 남매, 일본에 거주하는 유이 등이 있다.
안 대표의 첫째 딸은 이곳의 1호 키즈 크리에이터다. 안 대표 딸의 그림이 오운유의 시작점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딸의 그림을 디자인의 기본으로 삼고 폐가죽 등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까지 더해 2015년 오운유(OWN U)를 설립했다. 사명은 ‘나만의’를 뜻하는 Own과 ‘너’를 뜻하는 You의 합성어다. '나만의 소중한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온유는 안 대표의 첫째 딸 이름이기도 하다. 기업로고 이미지도 안 대표의 첫째 딸아이가 그린 그림에서 따왔다고 한다.
오운유는 가죽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이나 부자재 등을 이용해 가방 등 패션소품을 만든다.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DIY키트도 생산한다.
패션산업은 화학원단 제조, 재고의류 폐기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고탄소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패스트패션 부각 등으로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류 폐기물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오운유는 2020년에만 모두 1230kg의 폐가죽 및 폐원단을 재활용하는 등 해마다 1톤이 넘는 폐가죽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또 재료를 담는 포장지를 OPP비닐 대신 종이포장지로 변경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폐페트병 등을 재활용한 재생원단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실제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을 다시 사용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남은 자투리 원단과 원부자재 등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면 디자인이 쉽지 않고 대량생산도 어려워 가공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초심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 아이들의 그림을 모티브로 제작한 오운유 지갑 제품. <오운유> |
2021년에는 환경오염 해결 및 인식개선에 기여해온 성과를 인정받아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또 삼성생명, GAP 등과 함께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DIY키트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DIY키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 늘면서 오운유는 동영상 교육콘텐츠도 함께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안 대표는 "현재는 기존 11명의 키즈 크리에이터들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제품 디자인과 기업 수요에 맞춘 DIY키트 등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공모전 등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 그림을 디자인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