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로 꼽히는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은 경기 결과뿐 아니라 TV 중계가 진행되는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도 시청자들에 큰 관심을 모은다.
30초 분량의 광고 비용이 약 700만 달러(약 84억 원), 시청자 수는 대략 1억 명에 이르는 만큼 기업들이 소비자에 가장 알리고 싶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볼에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들의 특징과 광고 내용을 보면 앞으로 가장 활발해질 산업 트렌드와 소비자들에 주목받을 제품 및 서비스, 기업의 성장전략 등을 파악할 수 있다.
CNN은 “슈퍼볼 광고는 이를 시청하는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광고 효과를 고려하면 700만 달러라는 비용도 아깝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지시각으로 13일 열린 슈퍼볼 경기에 광고를 내보낸 기업은 토요타, BMW, 쉐보레, GM, 기아, 닛산 등 자동차기업과 구글, 아마존, 메타, 우버, 버라이즌, 티모바일 등 IT기업이 주류를 이룬다.
올해는 코인베이스와 FTX, 크립토닷컴 등 가상자산 분야 전문기업이 최초로 슈퍼볼 광고를 송출한 기업에 다수 이름을 올린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자동차기업들이 송출한 광고는 대부분 신형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친환경차가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등 요소를 강조하며 올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는다고 예고했다.
특히 기아의 EV6 광고는 전기차를 반려견과 같은 동반자로 강조하며 소비자들에 친근하면서도 가술 중심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화성’과 ‘디젤게이트’를 언급하며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등 경쟁사를 직접 겨냥하는 광고를 송출한 전기차 스타트업 폴스타가 CNBC 등 외신에서 간단명료하고 기억에 남는 광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형 IT기업들은 슈퍼볼 광고를 통해 주로 자신들의 플랫폼이 일상에 주는 재미와 편리함을 강조했다.
메타는 자체 메타버스기기 ‘오큘러스’, 아마존은 인공지능서비스 ‘알렉사’, 구글은 자체 브랜드 픽셀 스마트폰, 우버는 생활용품 배달서비스를 각각 중점적으로 광고하는 광고를 송출했다.
플랫폼기업 특성상 자사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자체를 홍보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이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맥주와 과자 등 식음료업체가 슈퍼볼 광고에 다수 등장했지만 이들 기업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기보다 전통적으로 이 기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단골손님에 가깝다.
결국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당분간 전기차와 플랫폼시장에서 경쟁기업들 사이 가장 활발한 신규 서비스 출시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복스는 “슈퍼볼 광고는 전기차가 완전히 주류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필수로 꼽히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기회”라고 바라봤다.
외신들은 이번 슈퍼볼 광고에 처음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등 기업들이 잇따라 광고를 송출한 점도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큰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2022 슈퍼볼 광고. (QR코드 일부 삭제) |
경제전문지 포천은 “가상자산은 한때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는 분야로 꼽혔다”며 “하지만 이번 슈퍼볼 광고 공세를 통해 주류시장으로 데뷔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CBS뉴스는 “가상자산 관련기업들의 슈퍼볼 광고는 새로운 고객 기반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슈퍼볼과 같은 큰 리그에서 뛰게 된다는 상징성도 띨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X닷컴은 ‘가상자산시장에서 벌어지는 큰 게임을 놓치지 말라’는 광고문구를 내걸었고 크립토닷컴은 ‘가상자산이 곧 미래’라고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를 공개했다.
코인베이스는 기업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만을 내건 과감한 광고를 게시했는데 광고 직후 이용자가 폭주해 전산마비가 되는 현상마저 겪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기업들이 다른 유명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슈퍼볼 광고를 내걸 수 있는 수준의 주류기업에 도약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는 단연 가상자산 관련된 기업들이 돋보였다”며 “가상자산에 익숙한 소비자들과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에 모두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