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롭게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배터리 동박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아연 제련회사들이 전력난으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아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아연가격은 2021년 9월1일 기준 톤당 2977.5달러에서 2021년 10월18일 톤당 3815달러까지 올랐으며 2021년 11월1일 기준 톤당 3430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전력단가가 7월말 메가와트시당 100유로 이하에서 최근 200유로 가까이 급격히 오르면서 공장가동이 수익성을 훼손하고 있어 유럽 아연 제련공장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방 연구원은 “이에 따라 글로벌 아연 생산량의 2.4% 수준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돼 에너지 조달에 필요한 설비를 미리 준비한 고려아연이 반사이익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윤범 부회장은 일찍이 에너지 조달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 준비를 해왔다.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설비를 국내에 연산 65만 톤, 호주에 22만 톤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125메가와트(MW) 태양광 발전단지를 운영하면서 제련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의 20%를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12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는 호주에서 가장 큰 산업용 태양광발전소다.
최윤범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새 성장동력으로 배터리 동박사업을 점찍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제련사업의 실적 증가에 힘을 받아 투자재원을 확보할 이익체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고려아연이 2021년 연결기준 매출 9조1590억 원, 영업이익 1조96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20.7%, 영업이익은 22.1% 늘어나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최기호 창업주의 차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1975년 태어나 미국 애머스트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그 뒤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2007년 고려아연에 합류했다.
2019년 고려아연 각자대표이사 올랐고 올해 3월 작은아버지이자 김부겸 총리의 사돈인 최창근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최 부회장은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2차전지용 동박에 신규투자를 진행해 2022년에 1단계 1만3천 톤의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그 뒤 5만 톤 이상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려아연은 동박의 원소재인 전기동을 연간 5만톤 자체생산하고 부재료인 황산을 연가 120만톤 자체생산하고 있다. 동박분야 후발주자이지만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동은 전선이나 인쇄 배선 등에 사용하는 구리로 도전율을 좋게 하기 위해 불순물이 적게 정련한 것을 말한다. 순도는 99.8% 이상이어야 한다.
최 부회장은 최근 펴낸 지속가능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은 전기동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불순물 함량이 높은 저품질의 원료로도 별도의 전처리 공정없이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며 기술력과 관련해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동박사업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5만 톤 증설까지 마무리하면 전체 실적에 적지 않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이 2차전지 동박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면 매출 약 7500억 원, 영업이익 1500억 원을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동박사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려가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2022년 하반기 동박공장의 완공 뒤 안정성과 품질이 확보되면 추가증설도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고 한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비롯해 고려아연이 지닌 기술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발굴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