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온라인마권은 논쟁 중, 말산업과 도박을 국민의 저울에 올려보면

▲ 축산경마산업비상대택위원회 관계자들이 7월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실직한 뒤 아내와도 이혼하고 노모에 얹혀사는 한심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성기훈이 노모의 돈을 몰래 빼낸 뒤 친구와 찾는 곳은 바로 경마장이다. 정확히는 경마 장외발매소다.

경마장에서 성기훈은 돈을 땄다가 소매치기를 당하고 사채업자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써주는 등 삶의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456억 원 상금에 목숨을 거는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이처럼 경마장은 인생을 절박하게 몰아넣는 '부정적 공간'으로 자주 활용된다. 이번 오징어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들에서 흔하게 경마가 부정적 의미로 활용될 정도로 경마를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사회 전반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부 시선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진행될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는 온라인마권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우남 전 회장이 해임되는 등 올해 들어 마사회에서 발생한 주요 현안들이 대부분 정리된 상황에서 온라인마권은 현재 마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6일 진행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미 한 차례 온라인마권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온라인마권 허용 여부를 놓고 “한두 곳 부처의 의견보다 사회 전체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 통념상 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안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정적 태도를 내보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온라인마권 발매와 관련해 “경마를 놓고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반대한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올해 국감에서 기존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온라인마권 발매에 따른 접근성 증가로 경마의 사행성이 확대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경마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예외로 하고 현재 상황에서 관건은 경마에서 온라인방식이 얼마나 사행사업의 규모를 키우는지, 얼마나 통제가 가능한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국가가 관리하는 국내 사행산업은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 경기 등이다.

국내 사행산업 규모를 보면 2020년을 기준 12조8598억 원으로 2019년보다 전체 규모는 43.2% 감소했다. 2011년과 2019년을 비교해 보면 18조3526억 원에서 22조6507억 원으로 8년 동안 23.4% 증가했다.

경마를 제외하고 복권과 체육진흥투표권은 2010년대 중반부터, 경정과 경륜은 올해부터 온라인방식이 도입됐다. 카지노는 태생적으로 온라인 방식이 도입되기 어렵고 소싸움 경기는 2020년 기준으로 연간 전체 매출이 26억 원에 불과하다.

2020년 전체 사행산업 매출 규모에서 80% 이상은 복권과 스포츠토토이고 경마의 비중은 8.5% 정도인 만큼 온라인마권이 전체 사행산업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객관적 숫자만 놓고 보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실명확인, 본인명의 계좌를 통한 거래 등 온라인을 통한 사행성 행위 참여를 통제할 기술적 기반도 상당한 수준으로 갖춰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마권은 오히려 현장발매보다 1인당 구입액을 철저하게 제한해 사행성을 통제할 강력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돈을 건 말이 결승점을 먼저 통과하기를 바라며 몰입하게 되는 흥분과 사행심을 대단히 위험하게 바라보는 쪽에서는 온라인으로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마가 열리지 않자 말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며 무관중으로라도 경마를 진행하고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살아갈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코로나19의 위기 극복은 도탄에 빠진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지 사행산업을 살리는 일을 먼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해법은 시간이다. 

1990년 국내에 첫 즉석복권이 도입됐을 때 광화문 지하도 복권판매소에서 세상 처음보는 즉석복권을 구매하기 위한 줄이 광화문 네거리 위까지 길게 늘어서자 언론에서는 복권망국론을 대서특필했다. 

2002년 로또복권이 처음 도입되고 이월액이 수백억 원에 이르자 너도나도 로또를 사는 열풍이 불었고 매일 저녁 9시 뉴스에서는 첫 소식을 로또복권으로 장식했다. 그것도 2~3꼭지의 관련 기사를 물리며 국민들의 사행심으로 나라가 위험하다고 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문을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복권 때문에 망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국가는 경마를 금지하지 않고 마사회라는 공기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사행성을 허용하되 국가의 법과 제도로 통제해서 관리하고 얻어지는 수익금을 국가재원으로 삼아 긴요한 곳에 쓰겠다는 취지다.

제대로 관리하면 열풍과 망국론은 사라진다. 경마가 제대로 관리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됐다고 보느냐 아니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가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