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과 재판을 다시 벌이게 되면서 경영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중징계 취소를 놓고 항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손 회장과 금융당국의 불편한 관계는 이번에도 풀리지 못했다.  
 
[오늘Who] 우리은행 금감원 항소에 재판 지속, 손태승 경영부담 우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금융감독원은 17일 우리은행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부실 판매와 관련한 손 회장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금감원이 항소 여부를 놓고 장고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8월27일 행정소송 1심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률상 14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이 날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금감원이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기일까지 결정을 미뤄온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 사유 다섯 가지 가운데 네 가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제재 사유로 제시한 다섯 가지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 사유 가운데 네 가지는 법 운영상의 잘못이어서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리고 한 가지 사유만으로 손 회장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릴 수는 없다고 했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5전4패를 기록한 셈이라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것이다. 

손 회장 입장에서 금감원의 이번 항소 결정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손 회장은 행정소송 1심 판결을 계기로 금융당국과 관계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 금감원이 항소에 나섰지만 손 회장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사 CEO가 금융당국으로 부터 중징계 조치를 받으면 앞으로 3~5년 동안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이 2023년 3월까지인 이번 임기를 마치는 데는 영향이 없는 셈이다.

앞서 손 회장은 법원이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2020년 3월 3년 연임에 성공했다.  

더구나 행정소송 결론까지 통상 수 년이 걸리는 만큼 이번 임기가 끝나는 2023년 3월에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재연임 가능성도 열린다. 이번 1심 판결이 나기까지도 1년 반이 걸렸다.  

다만 금융사 수장이 금융당국과 대립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금융지주의 CEO 리스크가 지속된다는 게 걱정거리다.

특히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얽힐 수 있는 사안이 많다.

당장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연말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잔여분으로 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약 15% 가운데 10%를 올해 안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지분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비금융주력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사 지분을 포함해 모두 4%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자는 기 보유분 포함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더해 우리금융지주는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시급하다. 이를 위한 인수합병을 하려면 거의 무조건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17일 오전 우리은행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1심 판결 항소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금감원의 내부검토와 법률자문 결과 개별 처분 사유에 관해 법원의 추가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어 항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판결과 관련해 금융위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