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민주당이 본경선을 5주 정도 연기하면서 선두를 다투는 두 후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상대적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의 맹추격으로부터 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뉴스1 인터뷰에서 “이 지사보다 추격하는 입장인 다른 후보들이 더 급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를 밀어붙여야 하는데 경선이 연기되면서 그러지 못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 번 꺼진 불을 다시 지피기는 쉽지 않다는 차원에서 이 전 대표가 아쉬울 것”이라며 “반대로 이 지사 측은 한텀 쉬고 가는 편이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예비경선에서부터 지지율에 탄력을 받기 시작해 이 지사를 맹추격하면서 최근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내놓은 다음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를 살펴보면 이 지사 23.8%, 윤석열 전 검찰총장 22.0%, 이 전 대표 20.1%로 집계됐다. 세 후보 모두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95%에 표본 오차는 ±3.1%포인트) 안이다.
이 조사는 JTBC 의뢰로 17~18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반대 시각도 만만찮다.
이 지사가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어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다른 경쟁 후보들의 날카로운 검증과 공세를 견뎌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들로서는 일정을 뒤로 미룰수록 이 지사와 지지율 격차를 좁힐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이 지사도 ‘공세적 방어’를 선포한 만큼 당분간 민주당 내부에서 네거티브 공방은 치열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예비경선 과정에서 '우군' 역할을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마저 이 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추미애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최근 상황을 놓고 “우선 본인의 사이다 같은 기질이 좀 빛바랬다는 게 있는 것 같고 정책도 기본소득을 1호 공약 아니라고 하고 성장론을 또 화두로 꺼내니까 좀 말 바꾸기 한 부분이 있다”며 “신뢰를 못 주는 그런 부분이 있고 갇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공방이 치열해진다면 이 전 대표의 느긋한 대응 태도가 다시 빛을 볼 여지도 있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가 공격을 받으면서 내뱉었던 실언이 이 전 대표의 상승세에 도움이 됐다.
이 전 대표도 이런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지지율 반등과 관련해 “TV토론의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며 “어떤 특정 후보에 관해 평소 몰랐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여론이 조정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이 전 대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다시 경선 연기론이 불거졌을 때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집단면역 형성 시점까지 경
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전날(19일) 입장문에서 “집단면역 형성 시점까지 연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은 지금도 유효하고 지도부의 5주 연기에 관해 우려한다”면서도 “당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대승적 관점에서 수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는 그동안 경선 연기 불가론을 주장해왔다. 이번에도 경선 일정을 연기하더라도 국정감사가 시작하기 전에 경선 일정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국정감사는 10월 초에 시작하는 만큼 이 지사는 피감기관장으로 감사를 받게 되어 국감장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순회경선은 9월4일 시작한 뒤 10월10일 마지막 순회경선을 서울에서 치룬다. 과반득표자가 없다면 10월 중순쯤 결선투표까지 진행된다.
게다가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와 비교해 운신의 폭도 넓다. 현직 도지사를 지내는 이 지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선거운동'이 자유로운 만큼 지방 곳곳을 돌며 현장 소통에 집중하는 한편 203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소통채널도 구상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일정이 코로나19로 순연됐기 때문에 후보들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이 전 대표는 순연된 기간에 온·오프라인에서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꾸준히 넓히며 상승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본경선은 전국 순회경선의 형태로 치러지기 때문에 전국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된다. 지역 민심을 얼마나 잡는지에 달린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또 충청권을 찾았다. 지난 13일 충청도를 방문해 양승조 충남지사를 만나고 일주일 만이다. 전국 순회경선이 충청권에서부터 시작되는 만큼 초반 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청주 도심 경유 노선이 필요하다는 충북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국토부는 앞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 고시하면서 청주 도심 경유 노선에 관한 결정은 유보했다.
그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이 대선 후보들을 예리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