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전문 1위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호텔 매입을 통한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호텔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물로 나오는 호텔이 늘고 있다.
11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하나투어로부터 950억 원에 인수한 서울 명동 티마크호텔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명동 티마크호텔 활용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코로나19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호텔업보다 건물 및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수요, 건물 입지 등에 맞춰 용도를 변경해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최근 업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를 대표하는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46억 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 이은 업계 4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명동 티마크호텔 외에도 최근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을 1조 원에 매입한 뒤 호텔 부지에 오피스빌딩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호텔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 있는 더리센츠프리미엄호텔이 5월 말 폐업했고 강남 첫 특급호텔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 강남 르메르디앙서울호텔 등도 올해 문을 닫았다.
강남 청담프리마호텔,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이태원 크라운호텔 등 서울 도심 주요 호텔들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매물로 나왔다.
이에 따라 호텔건물 및 부지를 오피스빌딩이나 주거시설로 개발해 공급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부지는 교통이나 편의시설 등 입지가 좋은 곳이 많아 개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저금리기조에 국내외 유동성이 안정적 자산으로 평가되는 상업용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오피스빌딩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오피스빌딩의 연간 거래규모는 13조 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다.
또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고 가격이 낮은 오피스텔 등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싱가포르계 운용사인 케펠자산운용은 최근 신도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호텔을 오피스건물로 바꿔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올해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7천억 원에 인수했고 이후 호텔을 허물고 주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호텔 인수를 통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노조는 호텔영업 종료에 따른 고용불안문제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명동 티마크호텔은 지난해부터 하나투어가 실시한 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을 재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 하나투어가 다른 호텔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과 달리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채권과 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종합자산운용사와 달리 이지스자산운용은 운용자산의 90% 이상을 부동산 자산으로 채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해외보다 국내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면서 대형거래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강남역 인근 현대자동차 강남센트럴지점 건물과 부지를 매입한 뒤 지난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계약을 맺으면서 오피스빌딩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5월에는 종합부동산회사 우미건설과 손잡고 부동산 개발회사 ‘이지스린’을 설립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