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새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선거를 놓고
윤석열,
김종인,
안철수 세 사람의 얽힌 퍼즐을 맞춰낼 수 있을까?
11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당면한 핵심과제는 당 밖 대선주자들을 한 데 모은 뒤 공정한 대선 경선관리로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만드는 일이다.
이 대표의 성공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일정을 고려한다면 윤 전 총장은 7월 말까지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국민의힘 경선일정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윤 전 총장이 9월경에 본격 정치 행보를 한다는 말이 측근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를 국민의힘 경선에서 보지 못하게 된다. 윤 전 총장이 빠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유권자의 관심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유도하기 위해 경선일정을 늦출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후보 시절 ‘버스는 정해진 시각에 출발한다’는 버스론을 내세워 애초 당의 계획대로 경선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을 배려해 경선일정을 조정한다면 이 대표가 스스로의 말에 발목이 잡히게 되는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국민의당 경선판으로 끌어들이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는 국민의당과 통합과도 결부돼 있다. 협상의 테이블 위에는 당 통합 이후 지분문제뿐 아니라 안 대표가 참여할 대선후보 경선규칙문제도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안 대표 사이 묵은 갈등도 통합의 장애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
안 대표가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있을 때 같은 당에 있던 이 대표는 201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구병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 대상자에서 제외된 일이 있었다. 나중에 공천이 돼 선거운동을 하긴 했지만 당시 안 대표가 그의 원래 지역구였던 노원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이 대표의 공천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이 대표도 올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스스로를 ‘안잘알(
안철수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 자칭하면서 “안잘알은 안 대표에게 모두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등 안 대표를 깎아내렸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 외에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인물들을 영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인물이 들어올수록 이 대표의 공도 커진다. 경선판이 커지고 흥행에 성공하면 대선 승리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경험부족을 보충해 줄 조력자가 필요한데 김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 현존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노련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이미 수차례 선거에서 진가를 입증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2016년 국회의원선거 때는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2017년 대선 전 민주당을 떠났지만 김 전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토대를 닦았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제 21대 총선 이후 당의 공중분해까지 거론됐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맡아 올해 4월 재보선 완승을 일궈내며 또다시 '선거의 달인' 면모를 과시했다.
만약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윤 전 총장, 안 대표 등 당 밖 대선주자를 모두 경선에 참여시킨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셈이다.
이 대표도 역량을 인정받으며 보수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체급을 한껏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과 대선주자들의 친소관계 때문에 최상의 시나리오가 성사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윤 전 총장과도 다소 서먹한 사이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경북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대선주자로 얘기가 나오는 사람들 여럿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두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다음 대선주자로 점찍은 듯한 말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태도가 완전히 변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우선순위는 당 밖 대선주자들보다 김 전 위원장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대선주자 개인이 아닌 당을 중심으로 대선을 그려나간다는 전략에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서로 공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득실을 따져 봐도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대선 지휘체계가 마련된다면 이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의 경험과 연륜, 리더십에 일정 부분 기댈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김 전 위원장이 대선을 총괄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과실은 이 대표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김 전 위원장이 1940년 출생으로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대선 승리의 공로를 이 대표와 다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표 경선 중에 이 대표의 선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이 확정되자 김 전 위원장도 결과에 만족하며 이 대표를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