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1-04-30 15: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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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되찾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올해 초 8년 동안 지켜온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는데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
▲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방폐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 연기금투자풀 운용사 자리를 노리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진행된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1조3천억 원 규모의 위탁운용사 선정에 업계의 관심이 몰렸다. 심사결과 기존 운용을 맡고 있던 신한자산운용이 한화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을 제치고 운용사로 재선정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전통적 강자로 꼽힌다. 이번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운용사 선정 입찰에 나섰다면 경쟁력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를 입찰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이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일부를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운용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운용을 맡게 되면 연기금투자풀 운용사 선정에 도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은 주간운용사 선정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반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를 제외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운용사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에 참가하려면 기존 위탁운용 계약을 마무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입찰에 나서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위탁계약이 올해 말 만료된다. 이전의 사례를 고려하면 8~9월 정도에 주간운용사 재선정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 사장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지위를 되찾는 것이 간절한 만큼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면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특히 대표적 트랙레코드인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2013년 처음 맡아 무려 8년 동안 지켜오면서 대외적 공신력과 평판을 키웠다.
조 사장은 201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2016년 연기금투자풀 운용사로 재선정되는 성과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 기획과 질의응답에 직접 나서는 등 힘을 보탰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4월에 만료됨에 따라 올해 초 진행된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 심사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주간운용사 자리를 내주면서 대표적 트랙레코드를 잃게 됐다.
특히 심사결과 종합평점에서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한화자산운용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3위에 머물면서 체면을 구겼다.
조 사장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되찾는다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외부위탁운용관리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도 있다.
조 사장은 201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에 오른 뒤 지난해 말 6번 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 354억 원으로 2019년보다 12.5% 감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순이익 규모가 줄어든 것은 5년 만이다.
해외 부동산펀드를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꼽고 2017년부터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으나 코로나19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아직 연기금투자풀 운용사 선정까지 기간이 남아 있어 입찰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대형기금을 제외한 정부부처 기금 여유자산의 운용 수익성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통합자산운용 체계를 뜻한다. 2001년 12월 도입됐다.
삼성자산운용이 단독으로 주간운용사를 맡고 있다가 2013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복수 운용체제로 바뀌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계약기간이 4월 말 만료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새로 운용사가 됐고 올해 말에는 삼성자산운용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연기금투자풀 운용규모는 32조 원 정도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