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한미약품 GC녹십자 등 위탁생산기업, 코로나19 수혜기업으로 부상
30일 제약바이오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2021년에는 한미약품,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SK케미칼)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백신 위탁생산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수혜기업’의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면서 백신 수요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큰데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하는 세계 인구 수는 70억 명이 훌쩍 넘는다.
백신의 개발만큼이나 공급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은 비용 문제로 자체 생산공장을 따로 두지 않고 있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위탁생산기업에 수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오기업들은 공장을 짓고 유지하는 데 비용을 쓰는 대신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경영원칙을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SK케미칼) 등 기업은 내년에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SK케미칼)는 아스트라제네카와, GC녹십자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각각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는데 이와 관련한 실적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한미약품은 아직 백신 위탁생산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모더나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탁생산을 맡을 기업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정부는 모더나로부터 4천만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보급을 서두르기 위해 한국 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한미약품은 평택 공장에 유전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데다 연간 최대 10억 도즈의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장 모더나의 백신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위탁생산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은 세계 인구가 모두 접종 대상으로 백신의 지속기간이 짧아 자주 접종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300억 도즈 이상의 백신이 공급돼야 한다”며 “많은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 설비를 갖춘 국내 기업들이 2021년 코로나19로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백신 개발기업 향한 기대감 지속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
이들에게도 글로벌 백신 개발기업과 겨뤄볼 만한 여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세계에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이것만으로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장 지금 나온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한 가지 이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와 달리 계절성을 띠지 않는다. 독감 바이러스가 겨울철 3개월 동안만 효과가 지속되어도 괜찮은 것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효능을 길게 이어가려면 여러번 접종해야 한다.
미국 화이자의 백신은 2번 접종하면 95%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자료 분석 결과만으로는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확실히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넥신은 현재 코로나19 예방 DNA 백신 GX-19N의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국내 임상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개발하던 GX-19 대신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채택한 것인데 제넥신은 개발속도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상2a상 단계에서 중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GLS-5310의 임상 1/2상 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았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백신 개발기업은 올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한때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기도 했는데 속도경쟁에서 글로벌 제약회사들에게 크게 뒤처지면서 현재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기업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제넥신 주가는 1월3일 6만1900원에서 9월1일 18만1500원까지 치솟았다가 12월29일 12만3천 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 신풍제약과 일양약품, 치료제 개발 성과에 기업가치 요동칠 듯
신풍제약과 일양약품 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기업은 내년 연구개발 성과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탈 것으로 보인다.
▲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
이들은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 연구개발에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다가 떨어졌다.
신풍제약은 2020년 국내 2300여 곳 상장사 가운데 기업가치가 가장 많이 커진 곳으로도 꼽힌다. 신풍제약 주가는 올해 7320원으로 장을 시작했는데 29일 종가(12만500원) 기준으로 1년 사이 1546.1%가 증가했다.
신풍제약은 현재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2021년 초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풍제약은 임상2상을 마친 뒤 곧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일양약품은 5월부터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3상 진행과 관련한 정보 공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향한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낮아졌다.
일양약품 주가는 올해 초 2만28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7월 9만7천 원대까지 324%가량 뛰었다가 29일 6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코로나19에 웃고 울었다.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기업은 씨젠이다. 씨젠은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내놓으며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단숨에 부상했다.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도 코로나19로 기업가치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 6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올해 초와 비교해 시가총액이 2배가량 불었다. 셀트리온의 시가 총액은 23조1008억 원에서 29일 48조6652억 원으로 증가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중심으로 몸집을 빠르게 불려왔는데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신약 개발로 역량을 넓힌 점도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셀트리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9일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는데 2021년 1월이나 2월 승인이 떨어지면 셀트리온은 첫 번재 신약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