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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행사에서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고급브랜드로 처음 출시하는 제네시스 EQ900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와 글로벌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온도차이가 감지된다.
◆ 국내, 언론과 소비자 호평일색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EQ900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1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 EQ900의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항공기 1등석과 비슷한 수준의 뒷자석, 최고급 명품 가죽, 2세대 제네시스를 닮은 외관 디자인 등 제네시스 EQ900에 대한 호평이 계속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도 현대차의 도전을 높이 평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제네시스 차종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평가가 워낙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에 호의적이지 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제네시스는 인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자인과 주행성능 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차가 2013년 말 출시한 2세대 제네시스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3만 대 이상 팔리는 등 출시 2년이 되도록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에 고급브랜드 이름을 정하면서 기존 플래그십 세단인 에쿠스와 그 아래급인 제네시스,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놓고 고민했는데 제네시스를 선택한 점이 현재까지 주효한 셈이다.
증권가도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삼성증권은 “대중브랜드로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브랜드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브랜드 분리 전략은 올바른 전략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교보증권도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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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EQ900의 렌더링 이미지. |
◆ 해외, 당분간 고전 평가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많이 팔리긴 했지만 아직까지 단일 브랜드로 독립하기에 위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전문매체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고급차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는 일본 혼다나 닛산, 토요타가 고급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일본 자동차회사의 고급 브랜드들이 새로운 이름과 별도의 전시장을 통해 기존 브랜드와 완전히 거리를 뒀던 것과 달리 현대차는 현재 존재하는 모델의 이름을 가져다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이런 방법이 통할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기아차 미국법인 마케팅 총괄 담당자를 지냈던 이안 비비스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고급브랜드를 충분히 이끌어갈 능력과 의지를 가진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제네시스가 10년 이상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안 비비스는 “현대차가 기존 고급브랜드를 쫓아갈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며 “자신만의 철학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고급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현대차가 넘어야 할 과제로 봤다.
포드와 GM,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앞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링컨이나 캐딜락, 알파 로메오와 같은 고급 브랜드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둔 데다 재규어나 랜드로버의 도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라인업 부족도 단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가 2020년까지 6개 차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현대차는 EQ900을 공개하며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정렬 현대차 전무는 10일 “한국 고객이 상당히 까다롭다”면서 “이들의 요구사항과 지적사항을 반영한다면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