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9-03 15: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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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과 일양약품이 코로나19 치료제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 임상시험을 러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임상승인이 비교적 수월하고 환자 모집에서도 유리한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투명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종근당 로고.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근당과 일양약품 등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늘어나면서 그 이유를 두고 여러 시선이 나온다.
종근당은 최근 러시아에서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나파벨탄의 주요 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렘데시비르’ 대비 600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여러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로 올해 5월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3상을 승인받았다. 슈펙트의 러시아 판권을 보유한 러시아 1위 제약사 ‘알팜’은 29곳의 임상기관에서 18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슈펙트의 주요 성분인 ‘라도티닙’은 국내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실험관 내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내에 7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종근당와 일양약품 등이 코로나19 임상지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환자모집이 수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어 피험자를 충분히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 러시아는 환자 수가 많아 피험자 모집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국가로 누적 확진자 수가 9월1일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고 매일 5천 명의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종근당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올해 6월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2상을 승인받았는데 환자모집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우리나라 환자는 대부분 코로나19 경증환자고 중증 환자가 적기 때문에 환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러시아 임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환자모집 뿐만 아니라 임상 승인도 국내나 미국, 유럽보다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는 등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서 미국 등과 속도전을 펼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양약품의 슈펙트가 임상1상과 2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상3상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러시아의 정책적 지원 덕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종근당이나 일양약품이 러시아에서 임상을 성공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때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한다. 미국과 유럽은 선진적 의약품 평가기준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데이터를 기준으로 의약품 허가를 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진행된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 일양약품 로고.
러시아가 8월 세계 최초로 사용등록한 자체개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는 아직도 효능이나 안전성 등에 관한 논란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푸트니크 V는 1~2차 임상시험 결과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러시아 국민의 50%가 접종받는 것을 꺼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불투명성은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일양약품은 현재 슈펙트의 러시아 임상 진행에 사실상 관여하지 않고 있다.
슈펙트의 러시아 임상은 알팜이 모두 진행하며 임상 비용 등도 알팜이 댄다. 일양약품은 의약품을 공급하는 역할만 맡고 있는데 슈펙트의 러시아 임상3상 진행과정은 현재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러시아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상용화하려면 인종적, 민족적 특성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를 내는지 증명하는 ‘가교임상’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 임상은 우선 약물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데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