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
삼성전자로 LCD패널공급을 중국 업체가 대신하게 됐는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디스플레이패널 공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제품화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서운한 마음을 품게 됐다., TV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를 채택할지 여부가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디스플레이업계 안팎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인수한 차이나스타(CSOT)가 삼성전자의 LCD 패널 공급사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은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며 “CSOT가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퀀텀닷나노LED(QNED)TV 출시가 가능한 2022년까지 CSOT로부터 안정적으로 LCDTV패널을 수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LCD 공장 매각을 계기로 LCD사업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QD디스플레이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부터 13조1천억 원을 투자해 QD디스플레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2021년 3분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사업화 전망은 불투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TV 출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업이자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를 외면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디스플레이사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물론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제조사에 QD디스플레이를 공급할 수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 외에 소니, 파나소닉 등에 시제품을 보내 제품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에서 QD디스플레이TV가 나온다면 글로벌TV시장에서 14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사업의 성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도 최근 QD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공개하며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외부고객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구상에는 QD디스플레이TV가 들어갈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신규 TV제품군으로 미니LEDTV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D 패널을 사용하는 QLEDTV 중심 전략을 지속하면서 QLEDTV와 마이크로LEDTV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TV를 거치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인 QNEDTV로 직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N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QNED가 나오기까지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곳에 QD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버텨야 할 수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지면서 경영활동에 제약이 예상되는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불안감을 더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디스플레이사업에 꾸준히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8월 삼성디스플레이를 방문해 “대형디스플레이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10월에는 QD디스플레이 투자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3월에도 삼성디스플레이를 다시 방문해 흔들림 없는 도전을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 중 한 곳인 S-LCD에서 등기임원을 맡아 경영수업을 했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 사업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보이는 관심에 비하면 삼성전자 일선 사업부서의 태도는 온도 차이가 난다.
이 부회장이 2019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2020년 3월 등기임원에 새로 선임됐다. 한 사장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올레드(OLED)TV는 영원히 하지 않는다”고 말해 올레드를 사용하는 QD디스플레이를 향한 우려를 키웠다.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점차 거리를 벌리고 있는 추세다. TV용 대형디스플레이는 물론 모바일디스플레이에서도 확보처를 다변화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에서 공개한 갤럭시M51에 CSOT의 올레드패널을 채택하려 했다.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으나 갤럭시폰 최초로 중국산 올레드패널을 사용한 제품이 나올 뻔했다.
저가 모델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코닝과 함께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용 초박막유리(UTG)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폴더블패널을 꼽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폴더블소재 기술을 내재화하면 수익성 약화 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