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환경문제와 관련한 논란에 휩싸인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정기 이사회에 상정해 사업을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환경단체의 반발도 이어져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사업 안건이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24일 한국전력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전력은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의 투자사업 계획을 28일 열릴 정기 이사회에 승인안건으로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은 베트남 하띤성에 위치한 붕앙 공업지대에 1200MW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전력이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의 사업을 주도하는 일본 미쓰비시의 제안으로 홍콩 중화전력공사(CLP)가 보유했던 사업지분 40%를 2200억 원에 사들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전력이 이번 정기 이사회에서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사업 안건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은 국회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6월 말 통과한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사업은 이사회 상정까지 1년이 넘게 걸렸지만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안건은 사업 참여 결정 뒤 8개월 만에 이사회에 상정되는 것이다.
법안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외 석탄화력발전 금지법안이 다가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의원은 7월28일 한국전력,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사업범위에서 해외석탄화력발전을 제외하는 한국전력공사법·한국수출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무역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외 석탄화력발전 금지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승인된 석탄화력발전사업까지 없던 일로 되돌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이사(변호사)는 최근 싱가포르 매체와 인터뷰에서 “새 법률은 모든 신규 석탄화력사업을 금지하겠지만 소급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환경단체 반발은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사업 추진 초기부터 나왔는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은 재무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없고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사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이 반대 목소리에도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강행하려는 데는 베트남 정부와의 신뢰 관계가 깨지면 국가전원개발계획에 따른 추가 수주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은 2013년 응이손-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2019년는 베트남 산업통상부와 에너지효율화사업 협력관계를 맺는 등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베트남 전력시장이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의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 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력소비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8%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베트남 전력재생에너지청에 따르면 베트남 전력은 2021년 66억 kWh, 2022년 118억 kWh, 2023년 150억 kWh의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국전력이 베트남 전력시장에 진출하다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놓고 “동남아시아 전력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해 앞으로 나올 사업 수주에도 도움이 될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사업안건이 한국전력 이사회의 문턱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앞서 6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통과된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사업안건도 사업 참여를 결정한 지 1년을 넘겨 두 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겨우 승인받을 수 있었다.
6월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현재 시점에 한국전력이 해외 석탄사업에 진출하는 게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선제적 기업으로서 모습을 보이려면 해외 석탄발전 중단을 선언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도 이사들이 해외 석탄화력발전 금지법안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한다면 섣불리 안건에 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의 이사회 통과 가능성에 관하여 “이사진들의 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