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3번째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기로 하면서 다음 행장에 시선이 몰린다.
한국씨티은행은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부문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두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 솜씨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를 다음 행장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1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당초 박 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고 점쳐졌던 만큼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 행보를 놓고 2분기 한국씨티은행 실적이 부진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2020년 2분기에 순이익 303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4% 쪼그라들었다. 2019년 순이익 2749억 원을 보여 9.1% 감소한 데 이어 실적 감소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의 사임을 두고 "지난해 2분기에 발생했던 본점건물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0.7% 감소한 수준"이라며 "실적 부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엇다.
박 행장은 2014년 한국씨티은행장에 취임한 뒤 영업점을 통폐합해 자산관리 특화 점포 위주로 개편하는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씨티그룹이 한국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영업접 통폐합을 통한 비용 효율화효과가 점차 사라지며 실적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박 행장이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국 영업점의 70%를 줄여 자산관리부문 등 핵심 성장동력 추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만큼 다음 행장은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부인사로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이 유력한 다음 행장후보로 거명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자산관리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기업금융그룹장을 다음 행장에 선임해왔다.
자산관리부문에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금융(IB)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예금상품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금융을 통해 상품을 지속해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박 행장도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기업금융그룹장을 지내다 2014년 한국씨티은행장에 선임됐다.
유 수석부행장은 기업금융그룹장을 역임하고 있는데 대내외적으로 기업금융전문가로 꼽힌다.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와 다국적기업부 심사역, 다국적기업 본부장 및 기업금융상품 본부장을 거쳐 부행장에 올랐다.
잠시 한국씨티은행을 떠난 2014년에도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 공동지점장으로 근무하며 기업금융총괄책임자를 맡는 등 외부에서도 기업금융전문가로 평가된다.
유 수석부행장이 다음 행장에 오르면 한국씨티은행 최초 여성 은행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한국씨티은행은 그동안 여성임원 비중이 높아 금융권에서도 '유리천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4월 인사에서도 전체 임원 13명 가운데 여성 임원 비중 46%(6명)에 이르렀다.
앞서 유 수석부행장은 JP모건체이스은행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JP모건체이스은행 한국 진출 47년 만에 첫 여성지점장이었다.
박 행장이 이례적으로 임기 만료일인 10월27일보다도 약 2개월 앞선 8월 말 사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씨티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다음 행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18일 이사회를 열어 유 수석부행장을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9월1일부터 다음 은행장 선임까지 은행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한국씨티은행은 내규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추천한 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다음 행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