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채권단과 노조 사이에 끼여 난처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에 앞서 노조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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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은 23일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현시환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을 만나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채권단은 노조에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회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노조의 동의 없이는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경영정상화까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포기하고 임금 동결을 받아들인다면 사실상 노조로서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노조는 판단한다.
조현우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산업은행이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요구했다"며 “어떤 경우라도 이런 내용의 동의서는 써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회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노조도 공감하고 있지만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성립 사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에도 2조 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자본잠식 위기에 빠질 수 있어 당장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이 절실하다. 만약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거부하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해 어떻게든 자금지원을 성사시켜야 한다. 채권단이 제시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노조를 설득하는 것은 정 사장 몫이다. 그러나 노조가 “회사의 부실은 경영진의 경영실패 탓”이라며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있어 노조를 설득해 경영정상화에 동참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채권단이 다녀간 후 노조를 직접 만나 대화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회사의 상황은 일반적인 구조조정 상황이 아니며 회사의 존망이 달린 위급한 상황이란 점을 강조하고 노조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요구는 아직 임금동결과 파업중단 정도이지만 결국 인력 구조조정까지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채권단이 거듭 강조하는 강도높은 자구노력에 이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조도 이 대목을 가장 우려한다.
정 사장은 취임 전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약속했다. 이런 약속이 정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을 줄이고 부장급 이상 직원에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