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그룹 차원 디지털사업 전략 수립에 지휘봉을 잡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며 사업 추진동력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컨트롤타워 부재로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을 시도하기 어려웠던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본격적으로 힘을 합쳐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주요 계열사 CEO가 참여해 디지털사업 전략방향과 협업계획을 논의하는 '디지로그위원회'를 신설한다고 22일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사업에 추진동력을 잃지 않도록 조 회장이 위원장으로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라며 "강력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등 주요 계열사는 그룹 차원 디지털부문 협업조직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 연계와 온라인상품 공동출시 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신한금융 디지털부문은 정식으로 부문장과 조직체계를 갖춘 매트릭스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협업에 제약이 있었고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사업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조 회장이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신한금융 디지털사업 선봉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며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과 시너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은 앞으로 계열사끼리 디지털사업에서 힘을 합치는 사례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과제를 수립하고 진행상황을 평가하는 등 절차를 체계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 노력을 더 강화하고 실무자 중심으로 실질적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 주요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사업영역에서 매트릭스조직을 설립하는 대신 직접 사업을 지휘하는 사례를 늘리며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설립한 부동산사업 협의체와 혁신금융 추진위원회, 올해 신설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추진위원회가 모두 조 회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있다.
조 회장이 부동산금융과 핀테크, 보험업과 디지털 등 분야에서 그룹 차원 협업을 주도하는 것은 신한금융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앞당기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조 회장은 올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는데 신한금융 계열사에 리더십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데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조 회장이 2017년 처음 지주회사 회장에 올랐을 때부터 중요하게 앞세웠던 목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확산되고 금융회사들 사이 온라인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신한금융이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디지로그위원회 설립을 계기로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계열사 사이 원활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추진하는 '하나의 신한'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디지로그위원회를 통해 데이터 관련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신생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도 늘리겠다는 구체적 과제를 제시했다.
현재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금융데이터 판매사업에 다른 계열사도 참여하거나 계열사들 사이 데이터를 공유해 금융상품 개선 등에 활용하는 일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이 신생기업을 육성하는 신한퓨처스랩 등 프로그램에도 더 많은 계열사가 참여하며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시도해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공산도 크다.
조 회장과 신한금융 계열사 경영진이 디지로그위원회 설립을 앞두고 디지털사업 협업을 위해 논의한 세부과제는 현재까지 35건에 이른다.
신한금융그룹은 앞으로 이런 과제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로그위원회는 디지털사업 전략을 지주회사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고 그룹사가 함께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사업전략의 기본적 틀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