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를 판매하면서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금융위원회의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OEM펀드는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가 자산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성을 요청하고 판매사의 지시에 따라 설정 및 운용되는 펀드다.
▲ NH농협은행 로고.
NH농협은행이 제재를 받게 되면 OEM펀드 판매사로서 과징금을 받는 첫 사례가 되기 때문에 금융권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22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NH농협은행의 공모펀드 규제 위반과 관련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에서 NH농협은행에 제재를 내리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제재 결정을 보류한 데 이어 5개월 만인 20일 NH농협은행의 제재와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열렸지만 또 다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논의가 오랜 기간 미뤄진 만큼 이번에는 6월3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제재 결정이 내려지면 OEM펀드와 관련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기존 발행인뿐 아니라 판매은행에도 부과하는 첫 사례가 된다.
앞으로 공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로 판매를 한 것이 적발되면 판매사도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다른 은행들도 이번에 나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NH농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OEM펀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파생결합펀드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에 따른 소비자 보호 강화기조에 맞물려 금융당국이 OEM펀드와 관련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금감원의 결정대로 제재수위가 정해지면 NH농협은행으로서는 최대 과징금 100억 원을 물게 될 수 있다. 또 그동안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에서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 피해 규모가 적어 안도했는데 OEM펀드 판매와 관련한 징계를 받게 되면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OEM펀드 방식으로 주문한 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규제를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모펀드에 따르는 규제를 피하려 펀드를 쪼개서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둘 이상의 사모펀드가 자금조달계획, 판매시기 등을 고려해 동일한 펀드로 판단될 때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된 펀드가 OEM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NH농협은행을 펀드 주선인으로 보고 주선인이 해야하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100억 원 부과를 결정했다.
제재 논의에서 쟁점은 펀드 판매사이자 증권발행 주선인인 NH농협은행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지 여부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9년 12월 NH농협은행과 유사 사건인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유상증자 주선인의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 1심 결과를 지켜보고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는데 NH농협은행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4월 서울행정법원이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주선인 과징금 소송에서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9년 11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은 점을 놓고 주선인에게 과징금을 물렸는데 이에 주선인이 과징금 처분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냈다.
이번 제재심의에 앞서 18일 NH농협은행이 이른바 ‘미래에셋방지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의 모체로 삼았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증권법규정 개정을 이유로 제재심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제재논의가 진행된 점도 NH농협은행 제재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은 증권 하나를 둘 이상으로 쪼개 발행할 때 이를 동일 증권으로 판단하고 사모펀드라도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MS 3월 둘 이상으로 쪼개진 증권을 하나로 취급하는 거래통합지침을 폐기했다.
다만 NH농협은행이 징계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NH농협은행이 판매한 펀드들이 미래에셋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에 판매됐던 만큼 소급적용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처벌규정도 모호하다는 점에서 과징금 부과는 무리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위험등급 5등급의 채권형펀드인 데다 고객 손실이 없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선이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