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 살리기 선봉에 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에게도 적용될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해 9월 3년의 임기를 마친다.
이 회장의 연임을 놓고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 회장이 벌여놓은 일이 워낙 많은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은행 회장의 업무 연속성이 한층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이 가장 내세울 만한 결실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현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1년이 훌쩍 넘도록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해 3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계약을 맺었는데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자꾸만 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이동걸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지금이 조선산업 재편을 위한 적기”라고 입을 모았지만 저유가와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불거지면서 시장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1분기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이른바 '빅3' 조선사의 수주액은 모두 더해 21억 달러에 그쳤다. 연간 목표의 6%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각국의 기업결합심사도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심층심사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승인된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심사의 일정이 불투명하다.
업황 회복기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합병효과를 누리려던 양쪽의 계획도 어그러지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의지가 예전보다는 많이 약해졌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매각 무산설이 흘러나온 지 오래다.
이번에 매각이 무산되면 후폭풍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자칫 산업은행 품에 20년 넘게 있던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매각을 총괄한 이 회장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이 회장이 연임을 해서라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정부와 관계도 연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이 회장은 취임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이른바 ‘친문’으로 통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뒤 지금까지 추진한 일의 속도나 강도 등을 봤을 때 정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전까지는 금호타이어와 한국GM 사태를 비교적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영하는 역할도 맡는다. 산업은행이 채권 발행부터 금융지원, 사후관리 등 기간산업안정기금 관련 업무의 전반을 맡게되는데 40조 원에 이르는 세금을 어느 기업에 얼마만큼 투입하고 어떻게 환수할지가 이 회장에게 달린 셈이다.
이 회장이 연임하면 산업은행 회장 가운데 처음 연임 성공으로 기록된다. 그동안 연임은커녕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3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회장조차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연임에 뜻이 있다면 사실상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도 자기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