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논란을 놓고 사과하고 더 이상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삼성그룹 오너경영시대의 종지부를 예고했다.
6일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오너경영체제를 그의 세대에서 끝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향후 지분 승계가 합법적으로 진행될 것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에서 “제 아이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래 전부터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기업 오너 가운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발언은 국내 1위 기업이자 글로벌기업인 삼성그룹의 오너경영이 3대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에서 무게가 작지 않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배정,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뿐 아니라 부친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발생했다. 상속세 부담을 덜면서 기업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익재단과 차명주식을 활용하는 등 편법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말한 데에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을 끝으로 오너경영체제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에게 남아있는 이건희 회장 지분 승계의 문제에서도 부담이 훨씬 덜해진다.
이미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인 삼성물산 지분 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총수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하면 33% 수준으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등을 이 부회장이 물려받으면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한다. 세금 납부를 위해 일부 지분 상속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지배력이 다소 훼손되더라도 이 부회장 대에서는 경영을 이어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여나갈 수 있다면 상속세를 내기는 더욱 수월해진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부친의 지분은 통상적 방법으로 상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의 인재경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오너경영이 끝나더라도 삼성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 부회장은 “성별,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지니고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이 부회장은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겠다는 뜻을 보여 왔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이런 의지는 장기간에 걸쳐 구체적으로 검증을 거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만 51세로 향후 십수년간 왕성한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데다 장남은 2000년 출생, 장녀는 2004년 출생으로 아직 승계를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당장 7일 열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놓고 진정성과 실효성 등을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제안에 따라 구성됐으나 재판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실행을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