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 후문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여부를 다시 한번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27일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재판장이 고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1시 57분부터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고 2018년 5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는 허위 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유죄가 되기 때문에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전 전 대통령 발언의 진실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되고 있다.
그는 2019년 3월11일 재판에서도 헬기 사격을 부인한 바 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재판에 참여했으며 '잘 들리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는 부인 이순자씨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재판장은 재판이 1시간20분 이상 이어지자 고령인 피고인의 집중력을 고려해 잠시 휴정했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 법원에 출석하는 것은 3월11일 이후 1년 만으로 그는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지만 담당 재판장이 바뀌면서 피고인의 본인 확인을 위해 재판에 출석해야하는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출석하게 됐다.
전 전 대통령 재판 소식을 들은 5월 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오전부터 법원 정문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기다렸으며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문 좌우로 길게 경호 라인을 형성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재판시간인 2시보다 이른 오후 12시19분 법원 후문으로 들어왔고 후문에는 경찰만 대기하고 있어 소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마스크를 쓴 채 법원 건물로 향했다.
전 전 대통령을 향해 기자들이 “죄를 저지르고도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 “사죄하지 않으실 겁니까”라며 물었으나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