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 툴젠 대표이사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병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 대표는 국내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계속해서 미뤄졌던 툴젠의 코스닥 상장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툴젠이 최근 성남시에 전임상개발센터를 설립하며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병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툴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위 원천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 바이오기업이다. 세계에서도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유전자가위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질병 원인이 되는 유전자(DNA) 가운데 원하는 부분만 자르고 세포 내 유전체의 특정 유전 정보를 선택적으로 편집, 교정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바이오기술로 에이즈, 암, 혈우병 등 근본적 치료방법이 없는 질병에 최초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대표는 우선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PMP22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돼 발병하는 말초신경질환 유전병으로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고 다리 근육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전체 유전질환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희귀질환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하지만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유전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툴젠은 지난해 11월 삼성병원과 연구자임상을 통해 유전자가위로 PMP22 유전자 발현의 주요 조절 부위를 교정하면 PMP22 유전자의 발현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핵산연구(Nucleic Acid Research) 저널에도 발표됐다.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개발 연구는 2016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에 선정돼 5년 동안 15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병화 대표는 올해 안에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1월 치료제사업본부의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했다”며 “전임상개발센터 설립을 계기로 빠른 시간 내에 치료제 개발이 전임상 단계에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코스닥 상장에도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툴젠은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된 제넥신과 합병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은 국내 첫 대형 바이오기업의 합병사례로 큰 기대를 모았다.
두 회사의 합병 결의안이 각각의 주주총회에서 모두 통과돼며 9부 능선까지 넘었으나 마지막에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전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기면서 무산됐다.
툴젠은 2015년, 2016년, 2018년에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모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처음 두 번은 유전자가위 기술의 특허 미등록이 원인이었고 2018년은 유전자가위 특허권을 이전받은 과정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자진철회했다.
하지만 툴젠은 지난해 9월 서울대학교와 유전자가위 특허와 관련해 협상을 끝내면서 기업공개(IPO)에 최대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한국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에서 근무하고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 대표를 지내는 등 바이오산업과 금융산업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이 대표이사의 선임을 두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툴젠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은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