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시기를 못박으며 신한금융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강화하는 '하나의 신한'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최근 합병을 위한 논의와 실무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었지만 조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등에 업고 통합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내년 7월1일에 통합한다고 31일 밝혔다.
조용병 회장이 30일 열린 경영회의에서 합병계획을 확정하고 통합신한생명을 일류 보험사로 키워내 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전산 통합작업이 지연되고 합병을 논의하던 태스크포스(TF)팀의 협의도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조 회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셈이다.
조 회장은 통합 신한생명 출범이 늦어지면 생명보험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전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생명보험업계는 지난해 순이익 1위인 삼성생명(1조517억 원)과 2위인 교보생명(6427억 원)을 제외하면 다른 생명보험사는 순이익 1천억~2천억 원대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하면 단숨에 순이익 4천억 원 안팎으로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라이벌인 KB금융지주가 이미 KB생명을 계열사로 둔 상황에서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며 생명보험시장 지배력 강화를 예고해 신한금융을 위협하고 있다.
조 회장이 이런 상황을 의식해 오렌지라이프 인수 성과를 극대화하고 생명보험업계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합병에 추진력을 싣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사태에 연루돼 사업 차질을 빚으며 조 회장의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 강화 목표에 기여하기 어려워진 점도 보험계열사 육성이 다급해진 이유로 꼽힌다.
결국 통합신한생명의 출범 뒤 성과가 조 회장의 두 번째 임기에 주요 과제로 자리잡은 셈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당초 콘퍼런스콜을 통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시기를 이르면 올해 말로 제시했지만 통합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며 합병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도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으로 신한금융그룹에 재무적 통합이 마무리된 만큼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고 통합 계획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두 회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합병 시한을 공식화한 만큼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그룹 안에 융합하는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공산이 커졌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생명과 고객 기반 및 영업채널 등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신한금융의 그룹 차원 협업조직인 매트릭스에도 참여하는 등 변화가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이 합병한다면 마케팅비를 포함한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생명은 2023년에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재무적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이 권고 기준인 200%를 넘어야 하는 부담도 컸는데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하면 걱정을 덜 수 있게 된다.
오렌지라이프 지급여력비율이 400%를 웃도는 수준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보험상품과 주요 고객층, 영업 방식과 조직문화 등에 차이가 있어 물리적 합병 뒤에도 단기간에 협업체계가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하지만 통합신한생명 출범까지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조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순조로운 합병 방안을 추진할 시간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논의하던 공동경영위원회를 '뉴라이프 추진위원회'로 재편하고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진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조 회장과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임원들이 뉴라이프 추진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존의 TF팀은 두 회사의 전산통합 등 실무작업을 계속 진행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은 과거 조흥은행을 인수합병하며 순조롭게 융합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합병에도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