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조는 16일 손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주주총회에서도 지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사내이사 재선임은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다시 맡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3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6.42%)의 조합원 상당수가 우리은행 노조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대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16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손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노조 의견은 변함이 없다”며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노조의 이런 변함없는 지지는 주주총회를 앞둔 손 회장에게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2대주주인 국민연금(7.71%)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를 구성하는 과점주주와 다른 의견을 낼 가능성도 떠오르면서 우리사주조합의 지지가 더욱 큰 의미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5일 우리금융지주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일반투자는 올해 초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신설된 주식 보유목적이다.
일반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과 관련한 주주활동, 정관변경 추진, 회사 임원 해임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돼 있으면 이런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주식 보유목적을 변경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금융지주를 향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 연임안 등 주주총회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는 주식 보유목적이 단순투자더라도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25일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를 20일가량 앞두고 주식 보유목적을 변경한 것은 매우 이례적 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제안한 손 회장 연임안건을 놓고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낼 수 있다는 신호탄이란 말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는 현재 29%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5.62%), 푸본생명(4%), 키움증권(3.74%), 한국투자증권(3.74%), 동양생명(3.74%), 한화생명(3.74%)이 보유한 지분에 재무적투자자 역할만 하는 과점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약 3.5%)과 유진자산운용(약 0.5%)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지분 4%가량을 더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1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는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권을 보장했기 때문에 과점주주와 다른 의견을 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 회장 연임을 추진한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가 46.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더하면 손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쪽의 지분이 전체 과반을 넘게 된다.
연임안을 두고 주주총회에서 찬반 표대결이 벌어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전체가 손 회장 연임에 반대의견을 내더라도 손 회장의 연임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손 회장으로서는 금감원 중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법원의 결정만 주주총회 이전에 나온다면 지주사 회장을 연임하는 데 문제가 없다.
손 회장은 금감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과 함께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거나 25일 주주총회 이후에 인용한다면 손 회장의 연임은 불발된다.
금감원에서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현직을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