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에 성공해 그룹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고 사장은 2019년 실적이 부진해 연임을 두고 전망이 엇갈렸던 만큼 올해는 투자금융(IB)부문에서 DB금융투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 사장은 25일 열리는 DB금융투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6번째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고 사장은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10년 이상 대표이사를 지낸 증권업계 대표적 장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금융투자협회장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고 사장은 투자금융(IB)부문이 증권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DB금융투자의 투자금융부문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는 2019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 736억 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투자금융부문에서 2019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 579억 원을 보여 영업이익 기여도가 68%에 이르렀다.
특히 DB금융투자는 2018년 셀리버리의 코스닥 상장을 이끌어 ‘국내 1호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사’ 기록을 쓰는 등 대형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상장 주관사가 성장성을 평가한 뒤 추천한 기업의 상장요건을 완화해주는 대신 6개월 동안 일반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상장 주관사는 투자자들이 환매청구권을 행사하면 공모가의 90% 가격에 이를 매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고 사장은 첫 성장성 특례상장 주관 추진을 놓고 “성장 잠재력이 높다면 과감하게 주관을 맡아 자금을 공급하는 게 증권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임직원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기업공개 추진을 계획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DB금융이 특례상장 등 기술력 있는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고 트랙레코드를 착실히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사장은 DB금융투자의 비상장기업 공략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기업에 관심있는 투자자들을 DB금융투자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고 성장성을 지닌 회사와 투자자를 연결해 수익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비상장기업 전담 분석 연구원을 채용해 2019년 8월부터 한국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기업의 기업분석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최근 증시 불안과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장외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포스코건설의 2019년 말 시가총액은 1조2207억 수준을 보였다. 이는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0위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9년 12월27일에는 비상장주식 하루 거래대금이 236억1천만 원을 보여 사상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상장회사와 투자자 연결을 통해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얻고 비상장회사는 자본을 확충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라며 “비상장회사와 접점을 확대하면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상장을 추진하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관리는 새 임기를 맞는 고 사장에게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2019년 6월 DB금융투자 센터장이 신입 여직원을 성희롱해 직위해제 징계를 받았다. 2019년 초에는 DB금융투자 직원이 고객 계좌에서 빼낸 수 억원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을 통해 잘못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