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그동안 부진했던 CPU(중앙처리장치) 생산량을 확충하기 위해 속도를 낸다.
현재 인텔 CPU는 글로벌 서버 및 PC시장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텔이 CPU 수급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서버와 PC 등에 투입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까지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글로벌 스마트폰사업에 먹구름이 끼면서 모바일기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텔의 CPU 생산 확대는 반도체기업들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IT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인텔은 코스타리카에 있는 14나노급 반도체 패키징공장을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인텔은 1990년대 후반부터 코스타리카에서 해당 공장을 운영했는데 2014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문을 닫았다.
코스타리카에서 새롭게 생산되는 제품은 인텔의 14나노급 서버용 CPU ‘캐스케이드 레이크 제온’으로 알려졌다. 톰스하드웨어는 인텔이 4월부터 공장을 가동한 뒤 8월에 제품 출시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번 결정이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에 의미있는 수준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 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기준 인텔의 글로벌 PC용 CPU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버용 CPU는 95%를 점유해 사실상 독점했다.
인텔은 이처럼 CPU시장에서 압도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CPU 공급부족으로 기업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10나노급 반도체 공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현재 일부 신제품을 제외하고 14나노급 공정에서 대부분의 주력 CPU를 생산하고 있다. 10나노급 공정으로 분산돼야 했던 물량이 14나노급 공정에 몰린 셈이다.
특히 몇 년 사이 급증한 서버용 CPU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PC용 CPU 공급이 제한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12월 “2019년 11월 PC용 D램 수요는 인텔 CPU 공급부족의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며 “인텔의 CPU 공급부족은 2020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텔 CPU '캐스케이드 레이크 제온' 제품군. |
하지만 인텔이 이번 코스타리카 공장 재가동과 같이 14나노급 CPU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만큼 CPU 수급과 관련한 문제는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해소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인텔은 2020년 14나노급 반도체 생산능력을 25%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인텔이 목표대로 CPU 공급을 늘리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들은 코로나19로 감소하는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상쇄할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스마트폰 생산량 및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가장 많이 퍼진 중국에서 스마트폰시장 규모가 20% 가까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수요가 이연되는 효과를 기대하더라도 스마트폰 연간 수요 추정치가 둔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이로 인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눈높이가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